고리오 영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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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은 보물 같아서 단번에 이 보물을 쏟아버리면 우리는 끝장나지요. 돈 한 푼 없는 사람보다도 자기 감정을 전부 드러내보인 사람을 우리는 더 용납하지 않지요. 이 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주어버렸어요.그는 이십 년 동안 그의 오장육부와 그의 사랑을 모두 바쳤고 모든 재산을 하루아침에 바쳐버렸어요. 딸들이 레몬을 꽉 짠 다음에 레몬 껍질을 길 모퉁이에 던져버린 것이나 같아요"-107

 

파리 사교계는 이렇게 다 아는 이야기를 사연의 주인공  고리오 영감만 모릅니다.  자기 자식에 관한 건 이 세상 누구보다 늦게 알게 되는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그가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키고 싶은   그녀들의 실체를  여전히  눈에 콩깍지를 쓴 채  바라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 자신에 대한 사랑이 자신과 약간은 비슷하게라도 있으리라 굳건히 믿고 있는 겁니다. 자식이란 모든 부모에게 다들 그렇겠지만 유난히 그는 맹목적인 사랑만을 보이는데요.


이런 자식과 부모의 사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소문을 퍼뜨리는, 앞모습을 화려함으로 감춘 파리 사교계 역시  사랑을 빙자한 연결된 사건들로   시끄러운데요.  사랑과 명예, 그리고 돈의 이야기가 늘 오가기 때문입니다.  거리와 사교계, 다른 곳이면서도  똑같이  사랑을 먼저 말하지만   돈과 명예를 위해 마음이란 걸 언제고 돌리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자식이든, 사랑때문에 죽을것같다던 어제의 애인이든 말입니다. 그런 세상에  어쩔수 없이 거리의 하숙집을 택하지만   사교계틈에 들어가고 싶은, 아직은 순진한 으젠이란 청년이 등장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젊음,  패기와 열정으로  사교계의 화려함을 사로잡아 버릴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고, 또 그러겠다 다짐하지만 그러기위해  사교계 안이 어떤지 바닥까지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으젠으로 흘러간다 싶었던 이야기는 그의 눈에 이상스레 자주 비치는 고리오 영감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할수 밖에 없는  사연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게 됩니다.


사랑때문에 모든 걸 진짜 버리는 자작부인과 모든 부모를 대표하는 고리오 영감빼고는   사랑과 명예때문에...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에 흔들리는 나머지 사람들로  나뉘게 되면서 으젠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게 됩니다. 그 역시 우선은 사랑때문에 모든 걸 버릴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의 처지가 썩 좋지않기에 유혹이 늘상 따라다니기 때문인데요.



넘치는 사랑이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을 만날때는 어떻게 되는지도 보게 됩니다.   어리석은 행동으로 자신을 진짜로 사랑한 사람을 아프게 하고도  후회하지 않는 건 고리오 영감의 딸들만이 아닌데요.  명성과 역사로 이루어진 사교계안을 가득 채운 똑똑하고  멋진 사람들틈에서 자신만의 생각과 고집을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정도의 일이라는 걸 알게되니 겉모습과 대화가  사람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들을 보며 알게 됩니다.


대놓고 범죄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보트랭만이  진실을 말하고 다닌다는 점에서는 사교계뿐만이 아니고 하숙집에서 만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속물 근성 역시 사람은 누구나 이중적이라는 걸 보여주는데요. 자신이 지켜본 파리 사교계를 그려내겠다는 야망을 품은  오노레 드 발자크가 보여준 세상에 그의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충격받았다는 게 이해가 될만큼, 겉멋에 빠져 사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처음으로 바라 본  자신들의 실체는 자신도 몰랐기에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게 됩니다.   


발자크는 자신의 주인공들을 다시 등장시킨다고 하는데, 으젠의 다음은 어떤 선택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질수 밖에 없습니다.  자극적인 내용만을 써내는 이라 비판받기도 했다는 발자크가 보여주는 세상은  고리오 영감이나 다른 인물들의     너무 고전적이고  연극적으로  들리는 대사들만 없다면 지금 세상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필요하면 생기는 사랑을 가진 귀족들의 생활과 그들의 생활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돈 많은 평민들의 소문과 돈으로 움직이는 삶, 그리고 무엇보다 자식이 먼저인 너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시절로만 여긴  그림같은   1800년대 파리 속 모습에서 진짜 아름다운 사람이란 뭘 가지고 있고, 뭐가 없는 사람일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자식에게 줄 재산이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가난이 무엇인가를 알았단다.-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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