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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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중 잠금이 풀렸다. 그가 우리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137

도끼로 문을 찍어내는 누군가가 공포영화에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조만간 문이 부서지고 뭔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과  도망갈 수 없겠다는 포기에 가까운 두려움이 만나 최대의 공포를 만들어내기 때문일텐데요. 하지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의 눈앞에서 부서지는 문보다 더 무서운 건,  눈 앞에서 스르르 열리는 문이라는 걸 '크리피'는 보여줍니다.   몇 번 웃으며 인사했던 이웃이 상대인지라, 그리고  이중잠금으로 잠궈놓은 집 안에 있는  상태라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눈 앞에서 그 문이 돌아간다면,  그리고 그 문에 고개를 들이미는 게 내가 몇 번 봤다 믿었던 이웃의 얼굴이 아니라면... 이라는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게 합니다.


도라쿠 대학 문학부 교수로 전공이 범죄심리학인 다카쿠라에게 경찰인 친구 노가미가  8년전 히노시 다마가와 주택에서 벌어진 일가족 실종 사건을 들고  찾아오며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요. 더 무서운 건 범죄 심리학이 전공이라 매일 범죄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지 못했다는 걸겁니다. 그가 이사오기 훨씬 전부터 살았다며 가끔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이웃 니시노와 아픈지 얼굴을 볼 수 없는 그의 아내, 가끔 등하교때 슬쩍 모습을 보이는 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들이 범죄의 중심에 있었고 이제 그 범죄의 소름끼치는 잔혹함이 다카쿠라의 가정에도 손을 미치게 되는데요.


만일 이런 일이 진짜 있는 일이여도 그 누구도 모르겠다는 생각때문에 더 오싹해지는 이야기아닐까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이제는 옆집 문을 두드리는 게 예의가 아닌듯해 어느 날부턴가 뭔가를 나누고, 이웃집 대소사에 내가 참석하는 일들이 없어진채로 우리는 살아가고 그게 편하다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살아가다 가도,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층을 누른 누군가를 봐도 그가 옆집에 사는 이인지, 혹은 그들을 방문한 손님인건지가 헷갈려 제대로 된 인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 날에는 좀 슬퍼지려 하더라구요. 친척보다 가까운 게 이웃사촌이라고 배우며 살았는데, 언제 우리가 이렇게 변한 채 살아가고 있는건지 그래서 사건 사고가 많아지는 건 아닌지 하는 쓸데없을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말입니다.그러니 같은 일이 생긴다해도 다들 다카쿠라와 같지 않을까 싶은데요.


평범한 일상인줄 알았던 곳이 제일 위험한 곳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진짜 무서운 건 관심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물어보고 있는듯합니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있다고, 편하기는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아프다거나  위험한 순간에  손을 내밀어줄 이웃을 잃었는데 이런 무서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괜찮겠냐고 말입니다. 혼자를 고집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삶이 범죄에 얼마나 간단하게 걸려들 수 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앞의 공포스러움을  사건의 정리와 맞물린 끝부분이  가져가지 못하고 있음에도 충분히 우리에게 제목과 같은 소름 돋는 상상을 하게 만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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