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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ㅣ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평점 :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산에 살고 있다는 히히노가 찾아온 이야기를..."-p51
우리는 가끔 영화에서 보게 됩니다. 새로 이사간 집의 아이가 어제밤 아무도 몰래 누가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의 귀여운 상상이라며 어른들이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웃음 짓는 여유로운 순간,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일은 벌어지게 되는 것이죠.....
새 집 느낌은 나지만 다른 이야기에서와 달리, 쇼타 가족이 이사한 곳은 딱 봐도 무시무시한 곳이 아니였을까 하게 됩니다. 산 중턱 개발중으로 보이는 주택지에 그들이 이사를 오게 되는데요. 쇼타 가족이 살려고 하는 곳은 네 번째 집이고( 네번째라는 게 찜찜하게 느껴지는 건 너무 예민해져서겠죠), 나머지 세 채가 공사중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집을 세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런 곳이기때문입니다. 사고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 흔적들이 있는 그 곳에 쇼타 가족이 살 집만 덩그라니 남아있는 것이고, 어렸을 적부터 특별한 느낌을 받은 곳에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좋은 사고가 일어나는 능력을 지닌 쇼타는 그 집에 들어서며 '이대로 가다가는 때를 놓치고 만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것',과 '뭔가' 만으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야기를 써내는 미쓰다 신조의 '집 3부작 시리즈' 흉가, 화가, 재원 중 첫 번째 이야기인데요. 사방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는 아이의 시선에서 우리 역시 그 집이 어느 것, 어떤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 뭔가가 부르는 느낌에 산에 올라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 하지만 집이라고 안전하지가 않습니다. 다른 모습의 뭔가가 이미 집 안에서 가족들 틈새에 섞이고 있기때문인데요. 쇼타는 이 땅에 사고가 많이 있었다는 걸, 그리고 산 아래에서 사는 주민들은 그들을 이웃 사촌으로 포함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쇼타와 유난히 친한 동생 모모미는 밤에 히히노라는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걸 알려주는데요. 요괴일까 요물일까 고민하는 쇼타에게 동생은 찾아오는 뭔가의 수가 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게 됩니다.
산을 놀라게 하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그 분노를 이유도 모른 채 자신들의 몸으로 받게되는 사람들의 불행, 명확히 뭐라 말할 수 없는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점점 변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답게 한 구절 한 구절 머리에서 그려지게 하기에 오싹함을 더하게 되는데요. 불길하다는 주변의 말을 믿지 않아 빙의가 시작된 201호 키미의 모습, 특히나 땅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살아남았어도 살아남은 게 아닌 것으로 보이는 센 할멈의 모습은 공포영화 그대로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설화에서 들었음직한 영산과 분노한 뱀신의 무시무시한 능력, 사람들의 변화는 그 다음도 끔찍한 일이 생길거라는 암시를 주지만 그래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쇼타이기에 끝까지 희망을 가지게 되는데요. 평소 미쓰다 신조가 주는 꽉 찬 느낌의 공포와 서늘함이 아니라서 아쉬운 마음은 들지만 그래도 역시나 이번에도 '뭔가' 가 어떤 일을 벌일지 두렵다는 오싹함과 모든 일은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경고, 쇼타가 본 모든 것이 결국 정체를 드러내며 끝났다고 마음 놓는 순간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보여주기에 역시나 미쓰다 신조의 이야기구나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