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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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이라는 게 얼마나 이상한것인지 매일 싸우면서도 걱정하는 사이일 수도 있고, 매일 웃으며 지나가지만 사실  아무 관심도 없는 그런 사이일수도 있습니다. 가족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유난히 친한 사이가 있기도 하고,  친해야 될 것같은데 약간은 냉랭하고  덜 친한 그런 사이도 있고요. 그런데, 언제 어디서건   절대 화낼수 없고 사랑만 존재하는 그런 사이도 있습니다. 손주와 할머니, 할아버지같은 그런 사이말입니다. (여기서 화내지 않는 건 당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시지요.)


이제 곧 여덟살이 될 나이이니 이  정도  아는 건 당연하다는 말로 어른들을 놀래키는  엘사에게는  그녀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하는  외할머니가 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뜻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는 할머니는  만나는 모두의 혈압을 올릴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지만  단 한 명 엘사에게만은 힘을 못 쓰는...  그런 분입니다. 입이 험하다 싶지만 나름 시원하게도 느껴지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할머니 말씀이  너무 과격해서 그렇지 다 맞는 말씀이란 생각도 들기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특이한 분인데요.   나의 할머니였다던가 우리 이웃에 이런 분이 있었더라면 많은 분들이 소리지르는 통에 잠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전쟁터에도 나를 위해 가줄 수 있는 사람이라던가 자초지종에 상관없이 나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란 믿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엘사를 보면 알 수있게 됩니다.


할머니는    '깰락말락 나라의 여섯 개 왕국이야기'로 엘사의 많은 고민을 해결해 주는데요. 그러다, 엘사에게  나에 대해 알게되더라도 미워하지 말고, 성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친구를 지키라는 이상한 말과 함께 보물찾기를 시키게 됩니다. 슬픔에 빠진 엘사에게   인생이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슬픔이란 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걸, 하지만 인생에는 기쁜 일이 더 많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일텐데요.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심부름에서  엘사는 인생과 사람, 그리고 이제껏 몰랐지만 내내 그녀 옆에 있었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관심을 쏟을 대상이 필요하거든, 엘사. 누가 뭐에든 신경 쓰기 시작하면 너희 할머니는 '잔소리'로 간주했지만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은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어. 그냥 존재하는 거지......"-493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해나가지 못하는 사람, 남이 하는 일에 한소리하면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던 할머니였지만 알고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제일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제와서야   그 험한 말이 사실은 인생을 오래 살아본 사람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을  꼬았던 것뿐이라는 걸 알게되는데요.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은 전작 "오베라는 남자"에서와 같이, 사람은 마음을 나누면 나눌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많아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혼자가 편하고, 그렇게 살기를 선택한 오베씨가 마음을 나누며 사랑하는 이들이   생기고 행복했던 것처럼, 할머니가 떠나면 혼자일꺼라  생각했던 엘사가 할머니의 편지를 배달하며  자신 주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관심이 생기자   그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되는 걸 보여주며  말입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사랑으로 채우면 얼마나 커질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내가 누군가를 그만큼 품어줄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지만 내가 그만큼 받았던 사랑이  그리워지게도 만들게 됩니다.  왜 그만큼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할줄 몰랐는지... 지금 후회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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