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집 베란다에도 기어서 나가야 하는 남자 빌리가 매일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전까지 현관 앞 계단에 앉아있는, 작아서 더 위태로워 보였을 소녀 그레이스에게 말을 건네게 됩니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빌리는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아이가 '왜 나와있는건지' 자꾸 신경이 쓰여 질문을 하게되는데요. 소녀는 집 안에 엄마가 있어서 밖으로 나온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합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집에 없어서 일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내가 집 안에 앉아 있으면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해요. 그러면 아무도 나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 거예요."-32

자기가 곤란한 처지라는 걸 이제야 알았냐는 그레이스에게 빌리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요.  똑똑한 그레이스는 이렇게 물어보는  누구에게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충분히 크게 알립니다.   그래야 엄마와 계속해서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인데요. 그녀의 외침에  손을 내미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는건지 주춤거리던  이들이 뭉치기 시작합니다. 공황장애와 불안장애로 집안에서만  제대로 숨쉴수 있는 빌리와  여자친구에게 차인 후 혼자가 된 펠리페, 무조건 얼굴을 찌푸리는 래퍼티, 제일 먼저 그레이스에게 제대로 손을 내밀었지만  역시도 혼자가 편했던  레일린, 관절이 아파 이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에 힘들어하는 힌맨 부인까지 말입니다.


 "부탁을 하면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여전히 그런 일을 누가 해줄까 싶은 생각은 들지만.... 정말 그런다면 놀랄일이잖아요?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야겠어요. "-286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레이스와 빌리를 비롯한 이들의 이야기는, 아이가 행복해질수 있는 세상이 꼭 그  집 하나만 행복하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됩니다.  어른들이 못본 척 고개 돌리는 이야기들을 그레이스가 솔직히 전하면서  억지로 숨겨두었던 자신들의 문제를  보게되고, 그렇게 거의 포기했던 일들에  스스로 용기를  내면서 세상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어른들을 보면 말입니다.  물론  그 용기가 결심했다고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닌지라 어른들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그레이스를 도우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미 알게 된 그들은, 그리고 도움을 바라는 자신을 보여준다는 게 상처입는 일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된 그들은   손내미는데  주저하지 않는 서로를 보며 또 다시 할지도 모르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게  됩니다.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생기기에  그레이스에게 찾아온 어려움도 잘 해결될 수 있었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게 되는,  사람에게서 빛이 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는  점점 아름다운 결말을 상상해보게 하는데요. 요즘 들어 더 많이 듣게 되는 아이들 관련 사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우리가  타인에게 관심을 두었더라면 조금은 사건이 축소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생기는지도 모릅니다.  제일 퉁명스러웠고 아쉬운 이별을 한 래퍼티씨의  "나도 친절할 수 있소."라는 말이 생각나게 됩니다.   우리도 충분히 친절할 수 있는데, 래퍼티씨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빌리처럼 혼자있길 선택한 건  아닌지 말입니다. 그리고 편하다는 이름으로 외로움을 덮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그래서 너는 매일 행복하지 않을 작정이니? 다음에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어도?"-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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