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살인
한스 올라브 랄룸 지음, 손화수 옮김 / 책에이름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연히도 그날 오전, 자신이 사용하는 경찰차의 고장으로 전철을 탄 크리스티안센 경감의 눈에 절박하게 뛰어오는 여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녀의 눈과 손은 비상 브레이크를 가리키며 전철을 세워달라 말하지만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죠. 전철이야 금방 들어올테니까요. 어쩌면 이 장면만으로도 경감의 감을  알게되지 않나 합니다. 우리가 흔하게 보는 감좋은 경찰들은 흔히들 우연히 본 무엇을  사건과 연결시켜 풀어내곤 하니까요. 그렇게 그 여인의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그 여인이 2년전  같은 날 실종된  팔코 레인하르트의 약혼녀 '마리에'라는 걸 알게되고,   이후로 벌어지는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이 사건은 1970년대의 노르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베트남 미군 파병에 찬성이냐 반대냐를 놓고 나라가 뒤숭숭한가 싶었는데 그 전부터 나치의 잔당들이 아직 연합해 있다던가 사회당 사람들에 대한 호불호, 그 혼란을 제대로 정리하기 위해 곳곳에 정보원이 필요하다는  국가 정보국등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 여기고  자기들끼리의  단결을 주장하는 복잡한 때입니다. 그래서 급진적 학생 운동권이였던  사라진 팔코 역시 죽었다면 이유가 뭔지, 누구에 의해서인지,  그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의한 것이라도 이유가 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기에 죽은 그의 약혼녀 사건은  경감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만들게 됩니다. 어려운 사건이 일어날때마다 의지하는 '파트리시아'가 이 사건이   '촉매' 작용을 할꺼라 불안해하니  더 그렇게 되는데요.


팔코의 사건은 조사할수록 특이한 부분을 보여줍니다. 사건들이 대부분 그들의 인간관계만을 가지고 조사해가는 과정을 보이는 것과 달리 그의 사건은 시대적 상황과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전후 세대 자식들은  전쟁을 겪어낸 그들 부모세대와 생각이  달라 갈등이 있다는 걸, 또 부모세대들은 시대에 순응하려하지만 받아주지 않는 시선에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다, 팔코는 사라지기전 나치에 대한 매우 심각한 점을 알게되었다는 말을 했기에 약혼녀 마리에의 죽음 이후로 계속되는 사건은 나라안을 채우고 있는 갈등으로 인한 것이라는   암시가 발견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역사학자이기도 저자 한스 올라브 랄룸은 사건이 왜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역사속에서  그려가고 있습니다. 그 안에 인간적인 면모를 너무 많이 드러내는 크리스티안센 경감과 다른 일에는 똑부러지는 추리로  앉아서 천리쯤 보는 것으로 보이는 파트리시아가 왜 경감에게는 지고 들어가는건지,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될까 라는 궁금증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알듯 모를듯한, 알고나니 너무 쉬웠던 메모를 남기는 피해자들, 그것을 들고 범인을 찾아야하는 크리스티안센과 파트리시아, 그리고 마리에의 죽음이라는 결론을 가져온 열린 공간에서의 비밀, 그리고 자식과 부모와의 비극까지 풀어내야 하기에 일이 많지만 긴박하지 않게 돌아가는 건 조사된 자료를 가지고 파트리시아에게 가져가야 사건이 하나씩 풀린다는 것때문아닐까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의 대우를 파트리시아가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당황스럽기도 하구요.  다른 사건에서도  경찰을 뛰어넘는 탐정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 경찰들은 사건이 터지마자마 단서를 들고 뛰어오는 것과는 달리, 크리스티안센은  시간이 흘러야 나타나고, 또 그녀가 물어보는 것만 용의자들에게 물어보는 답답한 면을 보이고 있어서   그녀가 경감과 같은 시간에 자료를 받았다면 사건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주니 더 말입니다.


이전 '파리인간','위성인간'에서도 크리스티안센과 파트리시아는 콤비로 활약을 했다고 하는데요. 68,69,70년이라는 년도 순으로 일어난 사건을 그려간 시리즈가 다음엔 어떤 역사적 이야기와 그 안에 숨어있는 비밀을 들고 나올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용의자들의 진술속에서 그들이 겪어낸 시간이 드러나기에  순간 순간 그 시대를 알 수 있게 하기때문인데요. 역사와 사건, 사람들이 안고 있는 아픔을  보여주는 크리스티안센과 파트리시아의 관계가 지금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음 사건도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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