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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 법정이 묻고 성철이 답하다
성철.법정 지음 / 책읽는섬 / 2016년 2월
평점 :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은 법정 스님과 성철 스님의 묻고,답하기 설전이라기에 더 궁금해진 이야기입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설(舌)이
아니라 서로 깨끗한 눈을 주고 받으며 그러다보면 웃게 되는, 그런 설(雪)전이라는데요. 20년 나이차라서일까요. 직설적으로 보이는 법정
스님의 질문과 약간은 엄격한 분으로 보이는 성철 스님의 오랜 시간 수도로 만들어진 답을 보며 그 분들이 어떤 모습으로 이 대화를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차를 마신다고 해서 그냥 물 끓여서 차만 홀짝 마시고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을 끓이고 비우고 또 다기를 꺼내서 매만지고 펼치고 마시고 나서 씻고 거두어들이고 하는 이런 과정이 얼마나 좋습니까?
이것은 차뿐만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일 자체가 그래야 합니다."- 법정
'삶은 고행이다' 라고 스님들은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현실을 바로 보기만 하면, 마음의 눈만 뜨면 지상이 극락이라는 성철 스님의
말씀이나 살아있는 일 자체가 여러 과정이고 좋은 것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날 괴롭히고 있는 일들이 내 마음이 놓지 못한 집착때문이고
그건 나만이 놓을건지 말건지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다시 알게 합니다.크게 "자기를 바로 보라, 처처에 부처이고 처처가 법당이네, 네가 선
자리가 바로 부처님 계신 자리" 라고 말씀해주시는데요. 깨달음을 위한 공부의 5계로 '잠을 적게 잔다.','말하지 말라','문자를 보지
말라.',과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말라.','돌아다니지 마라.'라는 평범한 우리가 하기 힘든 일을 말씀하시긴 하셨지만 내 안에 부처가 누구나
있는 것이고, 마음만 잘 닦으면 자신이 가진 내면의 진리가 투명하게 보일거라는 성철 스님의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졌던 불교가 왜 우리
곁에 그리 오래 있었는지를 알게 합니다.
그 분들의 이름만 알고 있던 지라, 바흐의 음악보다 목포의 눈물이 낫다라 한 답에 미소를 지었다거나 면 옷을 좋아하는 법정 스님을
따로 챙겨주셨고 받은 그 옷을 소중히 입고 있다거나 '수도자다운 처신'을 마음에 새기게 됐다는 이야기등의, 작지만 두 분 사이가 어땠는지
알 수 있게 하는 일화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같은 그 분들의 속깊은 마음을 알게 하는데요. 시간이 갈수록 서로에게서 같은 길을 잘 가고
있는 이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 길을 닦아 놓은 분을 믿고 따라가는 기쁨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그 분들의 설전이 중간없이
가볍거나 무거운 쪽으로만 생각이 쏠리는 우리들에게 진리를 찾아가는 분들의 그 과정이나 삶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불교하면 생각나는 게, 불경을 정성껏 외우던 할머니 모습입니다. 아침마다
불경을 읽고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때의 난 뭔가를 외우는 것만으로 어떻게 사람 마음이 달라질까가 궁금해지곤
했는데요. 아마 이런 궁금증을 가진 이들을 위해 법정 스님은 묻고, 성철 스님은 모르는 척 답을 주신거 아닐까 합니다. 길지않음에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하는 이야기들이 사람의 깊이가 어떤 생각에서 나오는지를 조금은 알게 하는데요. 삶에 질문이 생기는 이들에게 두 분의 현문과 현답
모두가 위로와 의지가 되지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