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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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잤다' 싶어 길게 두 팔 늘려 기지개를 펴보자 하는 순간, 들리는 게 벌의 날개짓 소리라면...

그쯤이야 하면서도 무방비상태에서의 생각지 못한 벌의 존재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야 하는 존재가 될겁니다. 더군다나 소설가 안자이 도모야는 벌 알레르기로  '다시 쏘이면 치명적일겁니다.' 라는 의사의 경고를 받은 적이 있기에 벌의 날개짓 소리가 이성을 넘어선 두려운 존재가 되는데요.


'나의 예민한 청각이 다시 그 소리를 감지했다.

곤충의 날개가 파르르 떨리는 소리 ---22

벌이 활동할 수 없는 겨울의 눈덮인 산장이라는 것에 정신을 그나마 차린 안자이... 하지만 '다행이다' 싶었던  이제부터가 그와 그에게 치명적 덫을 놓은 누군가와의 살아남기 전쟁이 시작되게 됩니다.   안심하고 돌아선 그의 눈에 한 마리씩 늘어만 가는 벌의 존재는   공포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한 마리의 벌레나 곤충을 보고 가볍게 반응하고  돌아섰지만   떼로 뭉쳐있는 그들의 존재가  인간을  '헉'하고 숨 차게  달리게 만드는, 그런  영화말입니다. 곤충이나 동물을 제압할 수 있다 자신한 인간이 그들이 뭉치자 약한 존재로 바뀌게 되는 모습은  많은 그들을 제압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에   안자이가 느낀 두려움이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는데요.  벌을 만날때마다 늘어가는 그의 살기위한 준비력과 전투력 역시  그가 끈질기다는 것보다   벌의  위험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됩니다. 


 벌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며 살아남기 위한 벌과의 전쟁도 준비하지만  그를 벌과 함께  별장에 가둔 이를 찾기 위한 전쟁도 준비해야하기에  안자이의 밤은 길기만 합니다. 벌과 싸우며 그는 간간히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데요. 사라지기 전 아내의 모습, 파티에서 소개받은 아내의 친구, 동화작가인 아내의 글에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덧붙였는지를  보여주며 그는 우리에게  아내에 대해 의심을  몰아가게 합니다. 하지만   같은 제목의 소설이 그에게 있다는 것, 직장생활을 하며   조직원들을 벌이라 칭한 것,  벌을 만나기전에 꾼 꿈, 그의 신경을 거스리는   작은 눈 언덕, 그리고 회상신에서의  '마치 젊은 커플과 그들의 상사처럼 보였다.'는 말, 이 모든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의심을 우리에게 주면서  어쩌면 그가 자신의 싸움을 1인칭 시점으로 몰아가며  보여주는 이 모든 것에도 어떤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게 됩니다. 


많은 추리소설에서 말벌이 우연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가리는 것으로 사용된  것과 달리  '말벌'은 말 그대로 말벌이 쫓아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웃음짓고 있을 인간을 쭉 상상하게 만들기에 인간의 의도가 악해진다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게 되는데요.  약점이 있는 사람에게 약점을 계속 노출시키는 게 자신이 믿었던 이라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지에 대한 상상과  당신이 본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보고 들은 것이 아니였다는 이야기도 나오기에 "검은 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기시 유스케의  어제와 같은 일상을 바꾸게 하는, 욕심을 부리다보면  자신의 마음마저 자신을 속이게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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