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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편 - I'm a loser
혼다 다카요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책에이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왕따였던 하스미가 기분좋은 대학생활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하자마자 나타난게 하필이면 그를 제일 많이 괴롭힌
하타케다입니다. 어처구니없는 그는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대학교에 와서까지 하스미에게 삥을 뜯으려하는데요. 이제는 어느정도 단호해진
하스미가 거절하자 무차별 폭력을 가합니다. 이럴 땐 보통 지나가는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길 바라게 되는데요. 하스미가 맨 처음 한 생각은
'누군가가'나 '어떻게든'이 아니라 '대학을 그만 둬야겠다.'입니다.
그의 짧은 대학생활이 이렇게 슬픔으로 묻히는 건가 싶을때, 구원의 용사가 나타나게 됩니다. 하루 5천엔을 내라고 윽박지르는 하타케다 앞에
"나라면 500엔이면 되는데"라는, 인간 세계에 때묻은 어쨌든 용사말입니다. 우리 예상대로 덩치좋은 하타케다를 가뿐히 물리친 그는
하스미에게 피할수 있으면서 왜 일부러 맞아주고 있었냐는 말을 건넵니다.
아, 그러고보니 "I'm a loser" 라고 눈만 내놓은 마스크를 쓰고 빨간 망토를 두른, 유쾌한 누군가를 그려놓은 책표지가
생각나게 됩니다. 무협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되는 것처럼, 스승을 잘 만나 이제 하스미가 무림의 절대 고수로 거듭 태어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게 되는데요. 그를 구해준 유이치가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선배들이 모여있는 동아리 '정의의 편 연구부' 에 그를 참가시키게 되면서
영웅까지는 아니지만 하스미가 예전과 달라지게는 됩니다.
왕따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는 이야기인가 싶게 유이치와 하스미의 대화는 무거운 것도 무겁지 않게 흘러갑니다. 물론
그러다 진지해지기도 하구요. 유이치와 함께 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정의의 힘으로 뒤에서 풀어가는 '정의의 편 연구부'를 위해
잠입수사도 하고, 뒷정리도 하는 여러 일들도 하며 하스미는 생각지 못했던 생활을 즐기게 됩니다. 그러다 달라지지 못하는 자신과 달라보이는
동아리 회원들 사이에서 하스미는 마음이 점점 복잡해지게 됩니다.
조용히 살아가는 게 삶의 목표였던 하스미였는데 친구와 선배, 후배와 이야기를 하게 되서일까요? 자신을 포함한 세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세상이 가진 불합리가 대학내에서도 똑같이 있고, 정의의 편인 동아리가 하는 일 역시 '정의'를 앞세우고는 있지만 안되면 힘으로 사건을
정리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전, 힘으로 모든 걸 바꾸려하는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그들처럼은 아니지만 열의 한
번, 있을 수도 있는 실수를 택하기 보다는 한번에 하나씩 작게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조용한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기로 합니다.
옳은 일, 즉 '정의를 이룬다'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거창한 일이 잘못되었음을 바로잡는 말이 되어가지만 하스미는 우리에게 일상에서
지켜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시시해 무시하곤 하는 일들을 잠깐 지키는 것도, 누구에게는 그게 가장 필요한 정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그걸 정의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지만서도...
"싸우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똑같아요."-360
상처를 가진 청춘이지만 우정이 있다면, 가족이 있다면 사람은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는 하스미를 통해 거리가 있어보였던 정의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혼자 있을때도 누가 보고 있다고 생각할때와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작은 소리로 하는 불평을 듣고 찔려
고치는 이가 있다면 그게 양쪽에게 다 정의로운 일일수도 있겠다 싶은 이야기가 주먹이나 크지않은, 내 작은 목소리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유쾌하지만 진지하게 "정의로움"을 생각해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