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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여, 요리하라! - 자립 지수 만렙을 위한 소년 맞춤 레시피 ㅣ 우리학교 소년소녀 시리즈
금정연 외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11월
평점 :
우리 집에도 손에 프라이팬 기름때 좀 묻혔으면 하는 소년이 있기에 관심이 간 책입니다. 요리를 왜 해야 하는지, 요리를 하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리고 어떤 세상을 만날 수 있는지를 서평가, 격투기 해설가에서 영화감독, 의사까지 각각 다른 직업을 가진 11명의 남자들이 형처럼
삼촌처럼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그에 어울릴 책과 노래, 영화와 함께 이야기해주고 있는데요. 시간을 홀로 보낼줄 아는
남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요리법도 들어있지만 요리를 누군가에게 해주며 느끼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에 소년이 아니라해도 음식 하는 맛을
모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아닐까 합니다. 이들도 처음에는 '몰랐는데','싫었는데,'로 시작하기도 하고, 지금은 요리사이신 박
찬일님 역시 어렸을 적에는 누군가가 집에 올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다가 라면부터 요리의 재미를 느꼈다니 그 비슷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누군가" 의 발전할 요리 실력도 기대하게 되는데요.
자기가 할 줄 아는 요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요리를 즐겨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즐긴다고 해서 거창한 요리가 아니라 조리하기도 편하지만 보기도 좋고 웬만하면 맛도 좋은 음식들이라서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요리인데요.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려면 순서가 어떻게 되더라, 그리고 또 어떻게 ... 가 슬슬 걱정되는 게 요리인데, 이들 역시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부침개를 만들 때 물과 반죽의 배합, 미역국에 들어가는 국간장의 농도, 계란밥을 만들 때 계란이나 기름의 양에 실수가
있었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해갈 수록 내가 더 좋아하는 맛도 알아낼 수가 있었고, 다른 재료로 자신있게 바꿀수도 있고, 또 남에게
내놓을만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요리를 하면서 사연도 생긴다는 걸 알려주고 있는데요. 까칠한 외국 친구에게 음식을 해주며 마음이 통해가던 일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하숙집 아주머니가 외출하신 동안 자신이 해준 부침개 솜씨에 반했던 하숙생들과 함께 한 시간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아파 누워있는 형에게
김밥을 만들어주며 어머니와 했던 소풍날을 떠올리기도 한다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음식과 내 추억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게 내가 만들줄 아는 음식이 가진 힘이 아닐까 하게 되는데요. 직접 해봐야 바삭한 부침개 맛내기가 밀가루 좋은 것만 쓴다고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지만, 아픈 친구에게 죽을 만들어줘봐야 죽이 만들어지는 동안 내내 죽을 저으며 아픈 이를 생각했을 엄마 마음도
알게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볶음밥은 기본만 지키면 누가 만들어도 최소한의 맛이 난다. 볶음밥을 형편없게 만드는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재료 욕심이다. 재료를 많이 넣는다고... 때로 너무 많은 재료는 ...하지만 이 모든 재료를 다 넣은 요리는 볶음밥이
아니다. 그런 걸 사람들은 '개밥'이라고 부른다.- 볶음밥 레시피 중에서
친구를 얻는 가장 빠른 지름길로 김치볶음밥이라거나 가장 따뜻한 남자의 요리가 소고기 미역국이라거나 라는 각자의 제목에도 있지만 이렇게
음식을 직접 해 나에게 대접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도 마음을 쏟으며 잘 대접할 줄 아는 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음식을 해가며 내가
얻어갔던 기쁨과 위안의 시간들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부모님 생신상에 올려놓은 음식에 좋아하시던 부모님 모습이나 처음 한 음식이라 걱정하는 나에게
맛있다고 칭찬해주던 사람들때문에 더 기뻐하던 나, 그리고 먹으며 음악이나 영화와 함께 뭔가를 삭여야만 했던 순간들까지 말입니다.
요리란 누군가가 해주는 맛난걸 먹는것이다.. 라고만 생각했던 이들에게, 요리란 스스로에게 인생에 대해 더 많은 생각할 기회를 주는 시간이
된다는 걸 담담하지만 사실적으로 이야기해주기에 아무래도 자신은 요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 이들,아무래도 남자들에게 '요리와 나'에 관한
생각을 조금은 바꿔주지않을까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