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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잔은 살인범과 이 추한 도시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71
연애가 생각대로 되지않아 몸무림치는 잔을 만나게 됐을때는 그녀가 사건의 희생자나 목격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불안함을 보게
되지만 친구인 텐 판사가 맡게된 사건을 같이 조사해가며 잔은 직업인 판사보다는 강력계 형사로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할 정도의 냉철한 면을
보여줍니다.
사건현장에 잘 적응하고, 젊은 판사로 잘 나가는 잔이지만 혼자서라도 잘 지낼수 있다는 그녀의 자아와 '절대적인 사랑' 받고 싶다는
생각이 충돌하며 연애에는 자신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기억속에 묻어놓은 언니 사건이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하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그녀의 속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불안해하는데요. 그러다 공권력 남용, 자신이 조사하는 사건속에 남친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
도청까지 껴넣게 됩니다. 무모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작한 도청에서 그녀는 텐이 조사하고 있는 연쇄살인과 관계있는 진료실 대화를
듣게됩니다. 어떻게든 제대로 된 진료를 하려는 정신과 의사 페로,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안에 자폐증상과 살인마 기질까지 포함한 아들
요이킴과의 진료과정은 그녀에게 섬뜩함과 의문, 그리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주게됩니다.
그렇게 그녀는 생각지도 못하게 연쇄살인범과 엮이게 되는데요. 하지만 범인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신과 의사 페로는 사라졌고
당연히 그 부자에 대한 다음 단서도 나오지 않게 된겁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살인은 사건 담당판사였던 텐까지 죽음으로 몰고가게되고, 드디어
지나친 조사로 인해 그녀는 일을 떠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사건은 정신병으로 인한 이상한 살인마를 잡아야 하는 일이 되지않을까
싶었지만 살해된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파리의 아름다움속에서 고독한 일상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스페인으로,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그녀는 점점 도시에서 먼 곳으로, 사건이 일어난 숲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증거를 찾아 다니며 이 사건이 왜 일어날수 밖에 없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죽음의 비행'이 가진 기록,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이 여전히 그 광장을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몸으로 받아들인 소년의 이야기는 보통의 끔찍한 살인이 가진 범행의 동기와 그 다음 결과가 아니라, 폭력이 줄 수 있는 상처와 그 상처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벌어진 자꾸 덮거나 잊으려하는 폭력이 결과적으로 어떤 일들을 낳는지를 보여줍니다. 원시 시대부터
소유를 원하는 인간 대대로의 욕망이 폭력과 만날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지만, 인간이 진화할수록 자신의 욕망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원시적 폭력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되는 일은 요아킴이라는 범인이 벌인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라며 어느
정도 이해하게 만들 정도가 되게 됩니다. 그렇게 '폭력은 폭력을 만든다' 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나 싶은 일들이, 그리고 우리가 폭력을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어있습니다.
목격자들에게 떨어진 지령은 "나서지 마라"였다.
이렇게 강요된 무관심 속에서 수천 명이 사라졌다.-465
요아킴에게 사랑을 줬던 사제가 있었기에 그가 사회속에 모습을 감출 만큼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것이고 무서워하면서도 오히려 남자인 페로를
돌보며 요아킴의 진실속으로 들어간 그녀만이 아무도 찾지못했던 진실의 끝을 볼 수 있었다는 건,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건 폭력을 두려워하지만
대항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무관심한 사람들곁에는 어느새 폭력이 모든 걸 쓸고간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 "대체 어쩌다가" 라
할만한 사건들이 어쩌면 나와 전혀 무관한 사건은 없다는 섬뜩함을 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