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의 낯선 자들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낯선 이와의 대화가 편한 건, 내가 그를 모르듯 그도 나를 모르기에 첫인상이 맘에 안들어 말하기  싫다해도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니 꺼릴것 없고, 인상이 괜찮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 이야기속에 나오는 이들을 모르니 내가 실상의 그들보다  좋게 말하던 나쁘게 말하던 상관없다는 걸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친한 이에게 하는 것보다 더 내 마음속을 꺼내보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다시는 볼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기때문일텐데요. 그러다  우연히 그 사람이  주변에 있는 누구와 (내가 욕이라도 했던  이와 아는 사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되겠죠??) 아는 이였다는 걸 알게된다면 다시 만난  반가움보다는  내가 한 이야기를 기억할까가 걱정스러울 겁니다. 


이런 가벼운 수다도 그런데,  그 낯선 이가 내가  뒷담화처럼 말한  사람 이야기를  듣고난 뒤  내가 대신 그 사람을 없애줄테니 그가 말하는 누군가를 없애달란다면... 어떤 대응을 해야하나 하는 일이 가이에게 생기게 됩니다. 3년전부터 헤어져 벌써 전아내이지만 이혼을 안했기에 아직도 아내인 미리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가이는 우연히 기차에서 브루노라는 젊은 청년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뿐인데, 교차살인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된겁니다. 그래서 도망치듯 죄없는 가이가 자리를 피하는데, 브루노가 가이 지인들에게  자꾸만 불쑥 불쑥 나타나는 겁니다.


이렇게 교차살인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저지를것인지를 순간적으로 의논하는 이들을 보여주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보통 사람인 소심한 가이의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브루노가 자신의 할일을 다했으니 이제 당신 차례라며  나타날수록 읽는 내 마음이 무거워지는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미리엄의 죽음에 기차에서 만났을뿐인 브루노가  관련된것인지 도통 알수없었던 가이지만 그가 연락을 해올수록, 그래서 추측이  확신이 되어갈수록 거미줄에 걸린 거미같이 옴짝달싹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합니다. 가이의 처음 생각처럼... 브루노가 보낸 편지와 수많은 전화와 접촉시도가  자신의 머리에선 생각조차 없었던 일의 단독범행일뿐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브루노의 끈질긴 협박은 점점 가이를 생각불능의 상태로,극단으로 몰고가게 됩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이미 그런 생각이 있었기때문에 브루노가 읽었던 것일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하면서 말입니다. 


변해가는 가이와 브루노와의 관계, 죄책감때문인지 끈끈하고 질퍽거리는 애증의 관계가 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을까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게 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나 불행의 이유를 찾았던 브루노가 사건뒤에  '오직 한사람'이였던  어머니에게까지 이전과 다른 감정을 품는다는 것이나 미리엄만 아니였다면 싶었던 가이가  사랑하는 앤이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가 한 대상을 지목해놓고 무조건적인  분노를 쏟아붓고  있는 거였을까, 그 사람이 아니라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분노가 옮아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요. 


 

개인의 죄책감과 법에 의한 형벌이 주는 무게까지 재보게 됩니다. 일정 부분 방관 상태였던 가이가  죄책감에 빠져들면서  끝까지 벌을 피할것인지 양심에 따를것인지  선택에 놓이게 되는데요. 충분히 괴로워하는 가이를 보며 매순간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답을 줄 시간을 갖게되지않을까 합니다. 인간답게 살기위해, 잘 살아보고 싶어서... 라며 죄에게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정해놓은 선을 넘는 순간  법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여한 인간의 품격이 흔들려  견딜수 없는 시간만 남게된다는  이야기는   브루노를 뿌리치고 싶어하면서 의존하는,  절망과 혼돈에 빠진  가이의 마음을 알듯하기에 더 무섭게 다가오게 됩니다.


 

1950년대작이라는 시대를 느낄수 없게 만드는 여전한  인간의 욕망과  도덕사이가 주는 아슬아슬한   유혹,  불완전한  열망과 갈등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야기인지라  왜 알프레드 히치콕을 비롯한 많은 감독들이 영화로 만들었는지 '알겠다' 싶어지게 됩니다. 현대판 죄와 벌같기도 하고, 지킬과 하이드같기도 한 이야기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왜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라  불리우는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 채로 알려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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