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구두당 창비청소년문학 69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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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동화의 원본은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들 하지요. 반짝반짝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라 피가 튀기는 '잔혹 동화'라는 거죠.  신데렐라가 구박받다 왕자의 신부가 되어  행복하였느니라... 안에  '구두에 발이 들어가기만 하면' 이라는 조건에  신데렐라 언니들의 발이 남아나지 않았다던지, 아름다운 백설공주의 남편이 된 이가  그들 왕국으로 온 "거울아 거울아" 하던 왕비를  다시는 그녀의 왕국으로 어떻게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하는 이야기가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구병모님의 "빨간 구두당" 도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이야기들을   새로운 이야기인듯 아니게  섞어놓아 어쩌면 알고 있는 이야기와 다르기에 더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픈 엄마를 뒤로 하고  빨간 구두에 눈독들인 소녀가  스스로는 신발 벗을 수 없는 벌을 받게되었다는 이야기는  분명 동화로 읽었음에도    인간의 하고자하는 욕망과 해야만하는 의무사이에 우리가 선택해야만 하는 게 뭔지를 너무 명확히 보여줘 어린 날의 절 엄청 고뇌하게 했었는데요.  '빨간 구두당'에서는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이용해  검정,흰색,회색만이 가득한 세상에 나타난 빨간 구두를 신은 여자를 통해 술렁이는 세상을 보여줍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그녀 행동을 보고 웃음짓던  노신부가 봤던 걸 보고 싶어했던  젊은 신부의 마지막은,  인간의 욕망은 눌러서 눌러지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개구리 왕자 혹은 맹목의 하인리히'에서는 우리가 알고있는 공을 놓친 어린 공주와 개구리왕자의  극적인 하룻밤에는  그럴 가치가 없어보이는 왕자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충신이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다 싶게 신념을 지킨 하인리히의 순수한 충성이 사실 왕자에게는 마녀가 한 일보다 더 무서운 복수가 되었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어서 꼭 열심히 한다고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 피식 웃게도 됩니다. 생각해보니  개구리 왕자 뒤에 이런 이가 있지않았다면  연못내에서 다른 개구리로 찍혔을 왕자가 무사하지 못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도 되는데요. 이렇게 8편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인듯  익숙한 이야기를  넣어  사람들의 은근슬쩍  감추고자 하는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위지기가 본 것'이란 이야기는  그림 형제의 '거위지기 아가씨'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줄거리대로 왕과 결혼하지만 사실 그 왕은 공주와 나이차가 많이 나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당장도   왕궁에서의 생활이 어린 소녀에게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거라 걱정하는 소년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됩니다. 그러네요. 사람이 살면서 어려울 때 도와준 서로가 아무래도 오랫동안 생각나고 정도 들지않았을까요?  공주가 거위지기 생활을 하는 동안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르게 소년만 사랑에 빠질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녀 자신도 사랑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비로소 해보게 됩니다.


그렇게 따라가다보니 내 머릿속 왕자와 공주는 성격좋고 아름다울뿐 아니라 언제든 나이가 비슷한 선남선녀였다는 것도 알게됩니다. 한번도 그들 나이차가 많다던가 질투를 한다던가, 소심하다던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네요.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한 일인데 말입니다. 동화가 생각보다  인간의 욕망과 불편한 시선을 살짝이지만 늘 단단하게 덮어놓고 있는건 아닌가 하게 됩니다. 인어공주는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를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니였는지 싶고,  성냥을 그어 맛난 음식과 따뜻한 집을 보고 할머니를 따라간 것으로 묘사되는 성냥팔이 소녀는  사실   그 다음 날 아침에 사람들에게 발견됐다는 비극을 슬쩍 덮어 여전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심한 우리에게 여전히  딴 곳을 보게 만들기도 하니 말입니다.


익숙해진다가 왜 무서운 일인지 알게된다 싶네요.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이야기 내용이나 결말은 너무 낯설어 차라리 ... 그렇다 알고있던 이야기가 그립게되니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게 됩니다.  변함없이 쭉 행복하게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좋은 것인지, 혹은 끔찍하더라도 눈 앞의 일을 정확히 보고 말할수 있는 게 좋은 건지 말입니다.  


"빨강을 볼 수 있는 이들은 침묵했으며,

빤히 보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동안

어느새 아무도 더 이상 빨강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타오르는 불꽃에서도,

연인의 두 빰과 입술에서도,

서로 맞부딪치며 발효하는 분노에서도,"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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