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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그녀가 기억을 살려 인용했다.
"소설의 첫 문장으로는 완벽하지요. 그렇지만 저는 주의를 확
끄는 문장에 열광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혹시 마지막 문장도 기억하십니까?"-95
이런 대화만으로도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서 서점을 열게 됩니다. 책으로 이익을 남길 필요도, 이름을 날릴 필요도 없는,
단지 책이 좋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좋아할 책으로만 가득한 서점을 만들 계획을 세우는 이방이란 남자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 위에 서글픔을
품은 프란체스카를 보며 내 앞에 이런 서점이 있다면 하는 상상에 들게 됩니다.
그들이 오 봉 로망{"좋은 소설이 있는 곳")이라 이름붙인 서점말입니다. 세월이 흘러 아쉽지만 이제 더 이상의 재고가 없다는 책들이,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도 책을 좋아한다는 이들이 한 번 읽어보면 ' 이 작가가 쓴 다른 책은요?" 할 책들만 책장 사이로 빽빽하게 있다는
'오 봉 로망'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이런 서점이 있다면 '언젠가는' 나도 이런 책을 알아볼 날이 오겠지 라는 꿈을 꾸며 매일
들르지 않을까, 그리고 책에 코를 묻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이야기는 이 서점에 좋은 책을 추천하는 '좋은소설위원회' 위원들이 공격받는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고의적인 사고를 우연한 사고로 감추려는
세력에 당한 이들이 오 봉 로망과 관계있다는 게 드러나며 오 봉 로망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가 나오게
되는데요. 이름을 감춘 좋은소설위원회 8인과 좋은 책을 알아보는 이방과 프란체스카가 추천한 책들로만 이루어진 오봉 로망이 문을 열자,
신간도 없고 베스트셀러도 없는 그들 서점이 매일 사람으로 꽉 차는 일이 벌어지게 된겁니다. 이방과 프란체스카가 위원회에 철처한 보안을
요구할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사방에서 '좋은 소설'이란 과연 무엇이냐' 던가 '독자에게 좋은 책이라 정한 책만을 강요하는
것이냐', '추방당한 책' 이라는 등의 공격이 시작되며 드디어는 서점에 대한 공격에서 위원들에 대한 공격으로까지 변하게 된것입니다.
"척하다가 재미붙인다고, 난 정말 책에 푹 빠져 살게
됐어요."-209
이방과 아니스의 사랑, 자신이 원하는 걸 늘 놓치는 프란체스카, 그렇게 책이 좋아 모인 이들은 단지 그들이 원한 걸 만들었을뿐인데,
그들 주변을 맴도는 거대한 위험을 불러들이게 된다는 이야기는 문학상이 주어지고 나면 들린다는 여러 잡음, 판매부수와 관련된 이야기들, 책이
나오기까지 여러 고충을 겪는 작가들의 어려움, 좋은 책과 그렇지 못한 곳에 들어가는 책들이 뭔지에 대한 생각과 함께,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좋은 책을 한권 이상 나도 가져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게 합니다. 책에 나오는 인용구나 상황에 맞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쓴 편지에
보냈을때, 걸맞는 답장을 보낼수 있는 친구와 나누는 시간 역시 말입니다.
사람에게서 도망치는 남자 이방을 겨우 붙든 게 아니스의 독특함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어쩌면 자신을 알아주는 프란체스카가 이방과
책에 대해, 그에 대해 공감을 해주던 그들 사이의 시간이 수줍고, 지친 이방을 의욕적이고 사랑을 원하는 그로 달라지게 한 건 아닐까
싶어서인데요. 개인의 취향일수도, 어쩌면 개인의 고집일수도 있지만 늘 우리 곁에 있는 책. 때론 괜히 읽었다는 후회를 주기도 하지만, 무의미한
시간을 어느새 때워주기도 하고, 내 상황을 잊게 만들어주기도 하는 책과 같은 책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에 대한 반가움이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한참동안 하게 되지않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