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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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은 프랑스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시몬느 드보부아르가 어머니와의 일을 적은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골이 부러지는 골절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어머니로 인해, 언니인 시몬느와 동생 푸페트가 병원에 가게되는데요. 그녀들은 곧  골절이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후    뭔가에 끌리듯 희망은 있다는 의사들의 조언에 따라  허겁지겁 수술에 동의하게 되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되고,   끝까지  복막염 수술을 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 어머니와 남은 30여일을 보내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1908년생 시몬느가 56세때 써간 이야기라고 하는데,  지금의 우리가  겪는 죽음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간단한 증상으로 입원하게 된 누군가, 사실은 ... 이라며 내려진 어마어마한 병명, 그리고 그 병명을 환자 본인에게 알릴것인가 말 것인가로 갈팡질팡하는 가까운 이들, 그리고 그 사이 파고드는  죽음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말입니다.


'누구나 죽는다.',  '태어나면 죽는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라는 등등의 여러 말로 너무도 익숙하게 머리로 알고 있는 일이  가까운 사람에게 다가올 때 가슴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보게 됩니다. 오래 살아 계셨으면 하는 마음과는 달리, 죽음과 삶 가운데서 오락가락 괴로워하는 어머니를 보면 다시 살아난 듯한 모습에 마음을 놓을 수도, 그리고 기뻐할 수만은 없는, 그리고 오히려 차라리...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괴로워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는데요.


약을 먹고나서야 가까스로 잠이 들게 되는 긴장감과 잘못 걸려오는 전화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시몬느를 보면  죽음 가까이에서,  당사자보다 오히려 죽음이란 걸 자세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건지 다는 아니라도 이해하게 됩니다. 어머니 젊은 날에 대한 기억과  그녀가 원래 지닌 성격이나 바람과 달리 살아야만 했던 여러 이유를 이제서야 보니 알겠는 딸의 마음을 담담하게 써갔음에도 아프게  느낄 수 있는 건, 요즘 들어 자주 보이는 내 어머니의 많아진 주름살과 '아이고'하며 온 몸을 두드리게 만드는 세월이 만들어낸    소리가 마음에 크게 남고 보이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 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이다."-217

드보부아르는 "아주 편안한 죽음" 이란 말이 있을 수 없다는 걸 글마다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가 어머니와 삶과 지금에 대해서는 어떤 후회할 말도 할 수 있고, 맘껏 싸울 수도, 서로의 영역에 대해 존중도 있었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이 모든 게 가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살면서 생각해봐야 하는게 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시간을 가져야할지에 대한 '남은 시간에 대한 선택'에 대한 걸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들 모두의 장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불행한 사실은 누구나 똑같이 겪게 될 이 일을 우리는 각각 혼자서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엄마가 낫고 있는 중이라고 알고 있던 그 때, 우리는 엄마의 곁을 떠나지 않았지만 우리와 엄마가 철저히 격리되어 있었던 것처럼.-204 (엄마의 장례식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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