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후드속에 얼굴을 감추고 어떤 잔인한 짓에도 멈춤이 없는 사나이, 하지만 그의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다.


"감옥에는 왜 간 거야?"

"평화를 얻으려고요."-486


요 네스뵈의 '아들', 소니 로푸투스의 이야기는 도시의 불빛이 크면 클수록 반대편에 내리는 검은 그림자 역시 넓어질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도통 알수 없어 더 호기심을 갖게 되는  남자, 이제 '아들'이라 불릴 소니 로프투스는 감옥에서 약을 제공받는 대가로 자신이 저지르지 않는 죄를 시인하면서 형기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그 죄가 살인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그는, 다른 죄수들에게 축복을 주겠다면서도 자신에게는 어떤 희망도 남겨놓지 않기에 그의 꾹 다문 의도가 뭘지 궁금해지게됩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사랑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절망, 그리고 그것보다 더 컸던 가족에 대한 사랑때문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말입니다.


'해리 홀레'형사 시리즈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의로운 인간이 홀로 있을때는  누구보다 외롭고  흔들리는 어두움을 가질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 네스뵈가 이번에는 더 영화같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절망에 빠져 자신을 내동댕이친채로 살아가던 아들이 진실을 알게되자 이번에는 그 반대로 복수때문에 자신을 돌보지 않게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러기위해서 그가 건너야하는 강이 너무 많다는 것이 금방 드러나게 되는데요. 우선 그가 탈옥은 상상할수도 없는 최신식 감옥에 갇혀있다는 것,  그의 아버지 죽음이  이름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익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암흑가 보스 쌍둥이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기에 점조직인 그들 세계의  단계를 밟아가며 그 쌍둥이를 찾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건을 일으킨 배후로 지목된  스파이가  누구일지를 세월이 많이도 지난 지금에 와서 찾기도 해야하니 말입니다.  


요 네스뵈는  복수를 위해 나선 아들뒤를 따라가며 오슬로 거리의 어쩌면 진작에 줄었을지도 모르는 사건과 사고속에  햇빛 아래서는 따뜻한 법 집행자, 종교인, 경찰인 이들이 뒤에서는 그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 그대로 악의 기운을 내뿜으며 살아가는 있다는 것을 역시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꼬일대로 꼬인 사건을 풀기위해  나선 아들은 차근 차근 사건을 죽음으로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피도 눈물도 없을 것같은 그에게 갈등이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하고  아들의 마음을 알게되면 알게될수록,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과 마주치면 마주칠수록  솔직히 누구라도 같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그를 이해하게 됩니다.   조용히, 그리고 좋게 해결하는 방식을 대부분 선택하지만 때로는  '받은 만큼 돌려준다'를 보고 싶을 때도 있는 게   사람 마음이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가  사랑에는 서툴지만 사람 사귀는 것에는 능력있어 보이는  여린 면까지 가지고 있음을 알게되기에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 '아저씨' 나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선 '테이큰' , 목표한 일을 이룰때까지 움직이는 '잭 리처'같은 영화 한편을 본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진실과 정의, 복수와 반전이라는 재미로  해리 홀레 형사와는 다른 느낌의  시몬과 카리 형사 역시 오래된 형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련함과 신입의 뛰어난 머리와 빠른 몸놀림이 보여주는 각각의 장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들, 시몬과 카리가  다들 기억에 남게 되는건, 그들만의 세상이 짧게라도 확실하게 기억되는 사연들을 가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인물들의 밝은 면만큼이나 어두운 면을 잘 그려나가며 '이 모든 건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요 네스뵈는 다음 이야기로 누구를 그려낼지 더 기다리게 하는 작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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