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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평점 :
대부분의 시간여행자는 지금이 몇년도인지, 당신이 서있는 그곳을 뭐라 부르는건지를 몇번이고 물어보며 당황한 얼굴을 보이는 게
정상이였는데, 어느 날 다리를 절룩거리며 나타난 남자는 소녀들에게 물건을 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 잘 간직해라. 내가 가지러 올때까지.
그리고 네가 어른이 되면 올 그때까지 기다려줘."라고요.
시간여행이 어느 시대고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이 될지,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등등의 궁금한 것들을 미리
안다면 그것에 맞춰 지금 더 나은 준비를 할 수 있을테고, 과거로 간다면 내가 지금 후회하는 어떤 기억들을 슬쩍 바꿔놓아 후회할 일이
적은 '지금'을 만들수 있겠지 라는 생각때문일텐데요. 그 능력이 과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을 이뤄놓겠다 라던지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이렇게 바꾸겠다 가 아니라 내가 목표한 누군가를 죽이고 사라지는 잔인한 사이코패스에 관한 것이 된다면 시간여행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막연한
달달함이 아니라 끔찍함이 될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게 됩니다.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할 수 있는 1931년의 겨울을 사는 하퍼는 우연히 '더 하우스'라 부르는 집에 침입하게 되고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문을 여느냐에 따라 시대가 달라진다는 걸 알게됩니다. 과거와 미래의 일정 년도까지만 이동할수 있다는 걸 알게된 그는 그 힘을
'더 하우스'의 명령을 따르는데 쓰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벽에 쓰게 된, 같은 이름을 가진 9명의 빛나는 소녀들에게 올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어렸을 적 스쳐간 기억을 잃어버린 성인이 된 그녀들을 찾아내는 일 말입니다.
소녀와 하퍼와의 첫 만남, 그리고 어른이 된 그 빛나는 소녀들과 하퍼와의 두번째 만남은 그녀들에게 더 이상의 시간은 없다는 뜻이
됩니다. 앞과 뒤로 시대를 바꿔가며 옮겨다니는 하퍼의 시간을 따라, 소녀들의 시간들을 따라, 반복되는 일들이 계속되는 동안 하퍼는
점점 빨라지고 잔혹해지게 됩니다.
"문제 될것 없다. 그는 그녀를 다시 발견할 것이다. 그는 이 세상 모든 시간을 가졌다." -112
자신이 가진게 뭔지 아는 그는 실패라는 게 없다는 걸 알게됩니다. 딱 한 소녀만 빼고 말입니다.
시간여행의 무서운 힘이 느껴질 즈음이면 과연 그가 잡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됩니다. 증인과 증거를 남겨놓았지만 시대가 다른고로 범인이
없게되니 말입니다. 더군다나 그를 견교하게 보호해주고 있는 듯 보이는 '더 하우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열쇠를 손에 들고 오는 사람이면
아무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또 다른 하퍼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샤이닝"에서의 오버룩 호텔에 들어가 점점 변하게
된 잭의 모습이 떠오르게도 됩니다.
"열쇠가 현관에, 닫힌 문의 문지방에 눈과 피로 얼룩져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452
마지막 소녀와의 일정 년도까지만 이동할수 있다는 게 그 집의 진짜 비밀이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 집도 들어온
이에게 선택의 시간을 준거 아닐까 싶어지니 말입니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둠쪽으로만 있던 하퍼에게 삶의 따스함과 재미를 알게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최후의 시간이였을수도 있는데, 그는 결국 머릿속 외침을 택했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을 정하게 된것이니 말입니다.
비밀을 간직한 집과 '왜인지 묻거나 따지지도 않고 시키는대로 하는' 시간여행자, 바꿀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자도 바꾸지 못하는 운명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문이 열리고 나타날지 모르는 또 다른 하퍼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기에 뒤로 갈수록 홀로 남아있는 집만 생각나는,
그것이 오싹해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