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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필요 없다
베른하르트 아이히너 지음, 송소민 옮김 / 책뜨락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타인과의 소통에 자유롭지 못하지만 누군가 당한 일에 대해 자신이 적절하다 생각한 선에서 복수를 하는 덱스터에게 한동안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죄가 뭔지 모르겠다는 뻔뻔한 이들에게 이제는 네가 한 짓이 왜 잘못인줄 알겠지 라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냉정하게 되갚아주는 복수를 해주기에 법의 복잡한 제약앞에 착한척, 쿨한 척, 괜히 당하고 사는 거 같은 느낌이 들 때
대리만족을 줬기때문일텐데요.거기다 결정적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까지, 우리가 꿈꾸는 '망토벗은 뒷골목 삐딱한 배트맨' 의 음침하면서
평소와 다른 힘이 생긴 느낌까지 매력으로 충분할텐데요.
엉뚱한 곳에 가서 자기보다 약한 이들을 찾아 화풀이 하는게 아니라, 그 일에 마땅한 잘못이 있는 이들을 찾아 그의 강함과 약함에 상관없이
'그가 행한대로 갚는다.' 가 덱스터였는데 여기 그처럼 정당한 복수를 직접 하길 원하는 '블룸'이란 여자가 있습니다. 블룸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속에는 뭘 담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는, 심지어 자신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장의사 일을 하는 그녀는 이미
자신에게 아무도 모르는 범죄가 있다는 걸 처음부터 고백합니다. 그렇게 고백인듯 독백인듯 진행되어가는 이야기는 불행만으로 살아가던 그녀가
마르크를 만나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괴상하고 섬뜩한 그녀 비밀까지 품어 준 단 한 사람이기에 마르크를 사랑할 수 밖에 없고 또 이제는
그의 사건을 그녀가 풀수밖에 없다는 것까지 말입니다. 마르크의 품안에서 행복으로 반짝이던 그녀는 해야할 일이 생겼다는 걸 알자. 단지
움직일뿐입니다. '하나만 생각하고 움직인다' 이렇게 그녀의 사건이 시작됩니다.
어쩌면 순식간에 범인들을 찾아나선다거나 받을만큼의 법실행을 스스로 한다가 덱스터와 닮은 게 아니고 범죄가 드러날 수 있다는 협박에도
대담한 모습을 보인다는게 정말 닮은 점이 아닐까 싶은 그녀는 위험해질수록 대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무서워하는 모습과 그 반대로 너무
대담하기도 한 그녀의 이야기는 범인이 누구냐가 아니라 끝까지 복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다음 그녀는 어떤 일을 만나게 될까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그녀가 하얀 장의사차를 몰고 죽음과 가까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건,
그리고 아슬아슬한 순간을 재치와 운으로 넘겼다는 건, 그녀가 다음에도 스스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일을 만나게 된다는 걸 암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범인이 맞을까 걱정스러울만큼 빨라 숨가빴던 이야기지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줬기에, 그리고 '장례식은 필요없다'는 단호한
복수의 여신이 깨어났다는 걸 보여줬기에 그 다음 '복수의 여신' 시리즈도 기대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