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 3 - 에이전트 6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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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말해주겠니? 뭔가 잘못되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레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87


수사관으로서의 촉은 자신을 뺀  가족들의 뉴욕행 여행을 취소하라고 하지만 아내 라이사의 말처럼 지금 이 여행을 멈춘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거라는 걸 알기에 레오는 '노파심'이라 여기고 애써 불안을 덮게 됩니다. 하지만  며칠전부터  달라진 엘레나는  계속 그의 신경을 거스르고,  손만 뻗으면 닿는 그녀의 매트리스 속 일기장이 모든 걸 말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제는 비밀경찰이 아니라 단순히 딸을 사랑하는 아빠로 살고 싶기에   모르는 척 하기로 합니다.


레오가 그렇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한 이유가 나옵니다.  과거를 통해  남의  일기장들을  검열하면서 보낸 세월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보여주기때문입니다.  써놓은 사람도 몰랐던  단어와 숫자, 그리고 그림이 검열의 눈으로  의미를 갖고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이  '혹시나' 에서  '역시나' 로 보인다는  걸 아는지라,  그 속에서 보낸 세월의 기억은  빵을 만들며 보내고 있는 지금도 레오를 괴롭히고  매사를 조심하게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가족에게만은 그런 세상을 알려주고 싶지않아   이상스런 기분을 그냥  묻게 됩니다. 


이렇게 세번째 이야기는 레오가 16년을 기다려야했던 사건을 통해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비록 그것이  50년대 모스크바의 살얼음판조차 두려움없이 꿋꿋이 걸었던 레오와  통제의 시대를 거쳐 자신의 가족을 완벽하게 만들어가던 라이사, 그들에게 일어난 수상한 사건을 통해서라는게 슬프긴 하지만 말입니다.


냉전의 시대와 냉전 후는 당연히 다르다라고들 하지만  그 사이를 여전히 숨졸이며 살아가야하는   레오의 이야기는   1편이 사건으로 눈을 잡았다면,   2편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변해가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단단한 남자 레오가 그를 쫓는 이들을 어떻게 뿌리치게 될지가, 3편에서는 똑바로 서있고자 하나 시대의 잔인한 흐름에 결국은 휩쓸리게 된 레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이제까지가 레오 입장에서 본 그들 나라에 관한 것이였다면 3편에서는  레오부부처럼 자신 뜻에 안맞다고 주장한 후  배척당하는  미국인 제시 부부를 보여준다는 것이 약간 다릅니다.   숫자 하나, 그림에 그려진 선조차 의미를 두고 보는  세상에서뿐 아니라  모든 게 지유롭고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세상에서조차  권력을 지닌 몇몇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이라면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걸 통해 이 세상에 음모론이 그렇게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해보게 됩니다. 


사건을 통해 그가  잃어버린 게 뭔지 알면서도 어떤 선택을 할지 희망을 걸어보는 건,  정의를 행하는 게 내 뜻이 한번이라도 틀린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커다란 권력이기보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아파해본 사람이 오히려   사랑하는 상대까지 위하는 마음으로, 많은 이들이 인정할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에이전트 6'를 찾아야만 하는 사건은  험난한 과정에 비해,  결론이 내려지기까지가 너무   짧아 허무하긴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한 사람만을 뜨겁게  사랑한 차가운 남자의 이야기가 추운 겨울이면 더 생각나지 않을까 해보게 됩니다.  50년대의 차가운 모스크바에서 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시기까지의, 그리고 그 후로도   전쟁과 스파이, 그리고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세상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는 안쓰러운 생각때문인지 그의 이야기에서 끝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슬아슬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가 담긴   3편  모두  같지만 다르게,   냉전의 시대를 더 가슴아프게,  권력욕의 무시무시함을 새삼 끔찍하게, 그리고 존중받지 못하는 선택의 소중함을 꽉 차게 담아냈기에 영화로 만나게 된다는 레오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 될지 더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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