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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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은 뭔가에 조금씩 홀리고 있었다."-142

사건이 일어나기전에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되는 건지, 사건에 휩쓸린 후 많은 이들이 그런 말을 합니다. 뭔가에 홀린듯했다구요. 너무나 정상적으로 일상을 지루하게 보내던 나오미 역시  친구 가나코가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무서운 계획을 짜는 자신을 보게됩니다.


"역시 폭력은 병이다"-53

이렇게 무시무시한 계획을 그렇게 빨리 결정해도 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모든게 너무 빨리 진행됩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가나코가 이혼이나 법의 호소가 아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와 처음에는 이혼을 권유했지만 결국 가나코가 자유의 몸이 되기위해선 어쩔수 없다는 체념을 나오미가 그렇게 빨리 하게 된  이유가  드러나며 우리 역시 앞으로의 계획에 불안해하는 그녀들처럼 불안해지게 됩니다.


결국 잡히게 될텐데,  남편이 눈치채지 않을까,  그녀들에게 끝까지 행운이 함께 해줄까 (이럴땐 어떤 걸 행운이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란 걱정속에서  그녀들은 결국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됩니다. 하지만  분명하고 빨랐고 모든 것을 고려했다 싶었던 그녀들의 계획이 헛점투성이였다는 게 밝혀지며  숨죽이고 있던 그녀들에게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들이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의외로 대담하게 자신들 뒤를 쫓아오는 추적에 대항하는  그녀들 편에 서게 되는 건,  폭력에 어쩔수없이  무릎꿇고 살아왔고  그러다  결국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뉴스나 신문을 통해서라도  자주  들여다 본 적이 있고  또 '만일 그런 경우라면' 이란 생각을 한번 이상씩 해봤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야기마다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른 느낌을 주는 오쿠다 히데오님의 이번 이야기는 폭력이 불러오는 또 다른 폭력과 불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당한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당한 폭력을 선택한 그녀들을 이해하면서도 이렇게 불안해지는 건, 폭력 자체가 갖는 불안이 주변에도 퍼져나가기 때문 아닐까 하는데요.


'남쪽으로 튀어', '공중 그네','침묵의 거리에서','걸','최악','야구를 부탁해'등의 많은 이야기에서 유머러스하다 독설로, 부드럽다 싶다가 난폭하게, 그러다 또 전혀 다른 푸근한 자신을 보여주기도 하는 오쿠다 히데오님은  이번 이야기에서는 빠르게 진행된 하나의 사건과 금방 드러나는 허술한 사건처리를 통해  사람들 사이를 흐르는 폭력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어머니가 맞고 산다는 걸 모르는 척 했던 나오미, 자신의 오빠가 폭력을 쓴다는 걸 알았음에도 입을 다물었던 시누이를 통해서는  친구의 남편이고  오빠였던 다쓰로의 죽음으로 다시 폭력이 돌아왔다는 걸 보여주고,  일본의 깨끗함과 정직함을 부러워하는 중국인 아케미와는   반대로 그들의 부정직성과 더러움이 사람 살만한 곳이냐고  비웃었던 일본인  나오미와 가나코가  자신들이  살 곳으로 선택한 곳이 중국이라는 사실은  어떤 지역, 어떤 나라의 특성을 직접 다 보지도 않고 '그렇다더라'라고 인정한다는 것 역시    잘못 생각한 것이 아니였냐는 걸 보여주며  알게 모르게 넘기는 폭력이 꼭 육체적인것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끝까지 그녀들의 운명을 가늠지을수 없다는 게 이 이야기의 재미아닐까 합니다. 초반부터 그녀들이 쫓기기 시작하면서 이미 어떤 운명을 예감하게되는데, 막상 그 대목에 이르게되면 또 어떻게든  빠져나가게 되기에 다음에도 그렇수 있지 않을까 란 희망과 불안을 함께 키우게 되니 말입니다. 알것같은데  모르겠는, 마지막 이야기 역시 앞 부분을 보고 든 생각과 다르기에  역시나 오쿠다 히데오구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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