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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걸까를 생각해보는 적이 있다. 아주 재미있고 스릴있는 이야기를 만났을때도 물론 그렇지만 더 궁금해지는 건 길지도
않은 글 안에 '너만이 아니야 나도 그랬단다. '란 위안을 주는 분들의 글을 볼 때다. 정 호승님의 시 역시 알아갈수록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방문객'에서, 내 곁을 스쳐가는 이들과의 모든 인연이 무겁고도 소중한
것임을 다시 알게되었기에 늘 새기며 살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에서 다시 읖조리게 되는 그런 글은 어떻게 누가 쓰게
되는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정 호승님의 글을 좋아한다면서도 제대로 듣거나 읽은 적이 없어 아쉽기만 했는데,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우리가 어느 별에서'는 그 분의 글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된다.
사람은 사람을 사랑해야한다 그것도 많이라는 인생철학이나 사랑하는 스승, 형,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애틋함이 손에 잡힐듯 느껴지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이런 분이기에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방문객)','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외로우니까 사람이다(수선화)' 등의 마음을 실을 수 있는 글을 쓰게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인간이 자연을 통해 위안을 받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이다.-100
사람과 사람사이, 건물사이 화려함에 분주한 매일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글을 보고나서야 내가 나무 한 그루, 작은 풀을 제대로 쳐다본 건
오직 내 마음에 생채기가 있을때뿐이라는 걸 알게된다. 산에 올라가면 시원한 마음이 생긴다거거나, 꽃이나 나무가 눈에 들어오면 역시나
나이가 먹어가는 거구나 싶었는데, 이제 보니 모르는 척 그냥 보내고 싶은 순간이였던 거구나 싶다.
인간도 자연이다. 봄이 올 때마다 나도 봄이 되었으면 한다. 이 땅에 봄은 왜 오는가.
그것은 우리 인간을 아름답게 하기 위한 자연의 배려때문이다.-228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란 글을 쓴 정 채봉님과의 이야기, 사진을 찍으려면 천 번을
찍으라고 했다는 성철스님, 시인은 죽어서도 시를 쓰고 시인은 죽어도 시는 영원한 것이라는 걸 알려준 윤 동주님, 시인으로서 어떠한 삶을 살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려준 이 육사님, 개나리 목련 매화가 열정적인 꽃이라는 이야기들이 사람이 아름답다는 게 뭔지, 그리고 고독과
고통의 시간을 잘 넘겨본 이만이 아름다운 게 뭔지를 알게 되고 그런 마음이 상대방의 마음에 남게 되는 글을 쓰게 하는 것인가 해보게
된다.
한 구절 한 구절이 담담하지만 분명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나의 인생이야말로 나의 가장 소중한 시라는 정 호승님의 이야기가 멋진
글로서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부드럽게 일러주고 있는 듯 하다.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많은 사랑과 생각을 마음에 담는 사람이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난 뭘 보고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걸 담아놓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