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죽음
리사 오도넬 지음, 김지현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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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들은 어디에도 없었다.이제는 적어도 그 둘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다."-18

라는 강렬한 시작을 합니다. 그들의 부모가 집안에서 죽은채로 발견된 겁니다. 아직 15살인 마니와 동생 넬리는 이 사실이 밝혀지면 아직 미성년자인 자신들이  강제로 헤어지게 된다는 걸 알기에 의심스런 죽음임에도 집안에 그들을 묻고 비밀로 하기로 합니다.  부모없이, 하긴 이미 그 둘은 없는 부모나 마찬가지였지만서도, 남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며  언니인 마니가 16살이 되는 일년동안 버티기로 한 겁니다. 16살이면  법적 성인으로 자신뿐 아니라 동생까지 책임질 수 있을꺼라는 국가나 이웃들의 인정을 받게된다는 겁니다. 열다섯이나 열 여섯이나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법적으로는 그렇다니 그들이 잘 견뎠음 하는 마음도 생기지만  그들 앞의 매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부모들에게 나오던 국가 보조금도  본인이 없으니 연장할수없어 끊기게 되고,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부모님과 학교사이에 연락할 일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집안에 놓인 자신들의 비밀이 두려워 아이들에게는 집에서 지내야하는 일상의 시간이 곤혹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되고 맙니다.


그런 그들에게  염탐하듯 자신들을 바라보는 옆집 할아버지 레니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합니다. 상관없던 옆집 사람이였을뿐인 그가 부모님이 어디 가셨는지를 조심스레 물어보기 시작한 겁니다. 거기에 레니의 개는  소녀들의 비밀장소를 정신없이 파헤치려하고, 아버지에게 돈을 받지 못했다는 마약판매상이 찾아오며 그녀들은 자신들의 비밀이 들통날까 정신없는 매일을 보내게 됩니다.


의문의 죽음에 얽힌 비밀과 부모의 행방에 대해 묻는 쏟아지는 눈길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지게되는 십대 소녀들의 심정을 이해가 되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레니 할아버지와 마니, 넬리로 바뀌며 자신들이 보는 시선과 상대의 시선에서 보이게 되는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게 다가오는 일들은 서로를 지키고 싶어하는 자매의 불안과 자신도 모르게 누구에게든 의지하고픈 마음, 그리고 점점 그들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하는  레니의 마지막 결심까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이지만 남들의 시선과는 다르게 잘 살았습니다.' 라고 끝났음 좋았으련만 아직도 그들에게  끝나지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됩니다. 첩첩 산중이 이런 걸까요. 한 고개를 잘 넘겼다 싶으면 다시 나타나는 일들이 앞의 일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였다는 걸 알려주게 됩니다. 남들 눈에는 이미 불량소녀인 마니와 정신이 삼차원으로 보이는 넬리, 그녀들안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이 숨어있기에 앞으로 그녀들은 어떻게 될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기게 되지만 생각보다 강한 그들의 결속력은 앞으로의 희망을 작게나마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람 얼굴에 때가 끼면 구질구질한 사연도 감출 수 있는 법이다.-197

마니와 넬리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저마다 다른 이유로 무관심해보이는 부모들, 자기를 지키기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십대 아이들, 그리고 태어난 자신의 다른 내면에 고민하는 사람들과 자신의 고집을 남에게도 강요하는 사람들이라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겉으로만 보아서는 사람을 알수 없다는 걸 알려주게됩니다.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레니할아버지와 신뢰를 받던 로버트중에서 누구를 나은 인간이냐고 물어본다면  쉬웠던 대답이 그녀들을 돌봐주는 모습에서는 너무 쉽게 바뀌게 되는 것이나 비밀을 오래 지키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어린 소녀들 역시 서로를 바라보며 다른 이들의 의혹을 끝까지 잘 넘긴걸 보면  말입니다.


'벌들의 죽음'이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꿀벌이 없어지면 생태계의 파괴가 일어날것이라 했다는 데 말입니다. 여기서 벌은 그녀들의 멋진 성장을 돌봐줬어야 할 부모를 비롯한  책임있는 어른들의 실종을 말하는 것은 아니였는지 말입니다. 사건과 불안을 끝까지 끌고갔기에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이야기의 시작이 다큐에서였다니 슬퍼해야하는 건 아닌지... 씁쓸함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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