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여행
미우라 시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겨우 그 정도 가지고?"-37

라는 말을 아키오는 아오키에게 자신도 모르게 하고 맙니다. 비참하게 죽을뻔한 자신을 구해준 아오키인데 말입니다. '나무의 바다'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숲속에서  목숨을 끊으려던 아키오는 자신의 이름을 따라 말하는 것이 분명해보이는 아오키라는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죽음을 향한 의지는 확고하고 아오키 또한 그의 의지를 꺽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이기에 다음에는 성공하리라 생각했던 아키오는  역시 같은 목적이였던 아오키와의 우연한 동행으로  자신의 죽음 뒤를 생각해보게 되고 삶쪽으로 희망을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7개의 이야기는 죽음을 가운데에 놓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아오키의 진짜 정체는 무엇이였을까  싶은 '나무의 바다', 수십년을 같이 살아가면서도 '역시 그 때 죽었어야 했어.'라는 말을 툭 내뱉곤 하는 아내와 그런 아내에게  이제서야 담담하게 진심을 담은 미안함을 전하는 남편의 '유언', 할머니의 죽음후에 알게 된 신기한 사연을 담은 '첫 오봉 손님', 전생인가 싶은 곳에서 벌어지는  비참한 죽음을  보았으면서도 그 꿈에서 나왔을것같은  짝을 찾아 헤매는 여인의 삶을 그린  '꿈 속의 연인', 짝사랑했던 학교 선배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찾아내려는 소녀를 그린 "불꽃",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는 남자에게  애인이 죽은줄도 모르고 나타난다는 '작은 별 드라이브', 자신을 빼놓고 죽은 가족들의 마지막을 기억하느라 지금의 자신을 잃은 한 남자의 'SINK', 이렇게 7개의 이야기는  죽으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누군가의 죽음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족들과의 불화로, 여러가지로 낙이 없어서 죽음을 생각했다는  현실에서 만날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오래전에 죽은 남편과 같은 날짜에  비슷한 죽음으로 마지막을 맞이했다거나 애인이 죽은 후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기에 점점 괴로워진다는 신기한 이야기까지 우리가 상상해보는 죽음에 관한 모든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이지만   슬픔과 차가움으로만 생각되는 죽음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지금의 삶에서 만날 우연이 더 기다려지게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유언'에 나오는 남편이 말합니다.  "내 모든 것은 당신의 것이오. 당신과 지낸 긴 세월도, 내 삶과 죽음도 모두."라고요. 물론 첫 눈에 반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골인한 그들에게도 남들만큼이나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아내가 먹기전에는 결코 된장국을 먹을 수 없었다는 고백할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  살아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알 수 없는 순간과 인간의 어리석은 선택'에 살짝 소름돋기는 하지만,  그들이  처음 죽음을 생각했던 순간에도 죽어야 할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를 선택했던 것처럼   나이가 들어  더 가깝게 느껴지는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에도 죽음이란 차가움보다 그동안을 함께한 아내의 불행과 잔소리까지  다 소중했다는 따뜻함을 전하는,  남편의 마음담긴 고백이  산다는 것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나중에 난 누구와 뭘 기억하게 될까를 궁금하게 만들게 됩니다. 


힘들다 싶을 땐 힘든 것들만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거나 남들과 얘기하다보면 사실 그 쯤은 누구에게나 있는 사연이고, 또  그 힘들다 싶은 순간에도   눈을 돌려보면   우리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지금은 어렵지만 그리고 내일도 어렵겠지만  그  다음날이 되고보면  죽음보다는 이제껏 살아온 날들을 함께 한 누군가에 대한 기억과 고마움이 더 크게 자리잡는다는 게 위로가 되지않나 합니다.


"당신과 만나 당신과 살았기 때문에 비로소 나는 이 세상에 생을 부여받은 의미와 모든 감정을 맛보았고 알 수 있었던 것이오. 당신에게 나도 그런 존재였으면 얼마나 좋을까."-82

우리가 고민해야하는 건  사랑하는 이들에게 빨리 '그런 존재' 가 되는 방법 아닐까 ,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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