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다'라고 정해놓은  모습이 아닌 모습을 그 사람들이 보여줄 때, 깜짝 놀라게 됩니다. 그럴때면 내가 정의한  타인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에서였을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고 판단한 것은 아니였는지  미안해지기까지 하는 것은,  어쩌면 나 역시 그렇게   나를 안다고 여긴 이들에 의해 '함부로의 정의'가 나에게도 적용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소름돋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남자가 될 때란","원칙은 원칙이야."라고 딱딱한 소리만 하는  옆 집에 사는 까칠한 노인, 사랑했음에 틀림없을 아내가 죽은 후 더 고집스레 입을 다물었기에 이해는 되지만 가슴에 품을 수는 없을듯한  오베의 이야기가 알면 알수록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수 없다는 걸, 그리고 알고나면 우리는 다 그를 사랑할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줄때 우리는 울컥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안다는거, 그리고 친해진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인데 이제까지 손을 내밀지도 않고 잡지 않는다고 수많은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선을 긋고 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패드인가 뭔가 하는 거라 이거지?"라고 상자를 흔들어댈때 웃을 준비가 되어있던 우리는 그가 흔드는게 아이패드 상자라는 사실에 웃어야 되는건지, 심각해야되는 건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단지 컴퓨터를 사러왔을뿐이라며 '키보드는 추가'냐는,   어울리지 않는 곳곳에  그가 등장할수밖에 없는 사연과 함께,  그가   변할수밖에 없었던 더 먼 과거가 등장하며 '법' 없이도 살아갈수 있을것같은 그가   흰 와이셔츠라면 왜 그렇게 경기를 일으키는지  우리는 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며칠전에 친구들과  여자의 눈에 비친 남자들의 모습에 대해 얘기한적이 있습니다. 남자란,  질문에 다들 그러더라구요.  어렸을적에는   다 해주겠다 하는  이가 진짜 남자라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진짜 남자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겠다고들 말입니다.( 물론 진짜 여자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입니다.) 숫자와 흑백으로 둘러쌓인 세상에서 '사브'만이 진정한 차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던 오베가 '원칙은 원칙일뿐'이라   말할때면 '꽉 막힌,  게다가 고리타분한 고집불통' 으로 보이지만   그가 바라는 게   딱 하나뿐이라는 걸 이유와 함께 알게 되었을때, 조용한 곳에서 그가 계획을 실행하려고 할때마다  시끄럽고 쥐뿔도 모른다며(?) 오베에게서 소리나지 않는 욕을 먹는 이웃들이 갖가지 이유로 나타나 방해를 할때면   그들을 응원하게되고 오베의 계획이 내일도 실행되지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누구나 자신의 고집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고집이란 건 잘못이라는 걸 스스로 알 정도가 되더라도  잘 바뀌지가 않는다는 것 또한 알게됩니다. 하지만 어렵기만 한 그의 얼굴에 대놓고 자신의 부탁을 하는 용감한 여인, 소냐와 파르바네를 알게되면서 오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고집불통'의 얼굴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누군가 맨발로 그의 가슴속을 뛰어다니는 것같은 느낌"이 뭔지를 알려준 남자. 누군가를 잃게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는 걸 알려준 남자, 남자는 행동으로 보여주기에 남자라는 걸 보여주고 세상 모든 것은 공을 들인만큼 값어치를 하는 거라는 걸 알려준 남자가 세상은  또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한 멋진  방법까지 알려주게 됩니다.    널찍하고 슬픈 어깨를 지닌 남자가 어렵게 꺼냈을 "당신이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라는  작지만 또박또박하고 무거웠을 그 말이 마음에 그대로 박히게 되는 건,  사람의 매력이란 진심에서 나오게 된다는 걸 알게 되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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