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붉은 악몽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포레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그러나 남을 심판하는 자는 스스로도 심판받는다." -20 

"요리코를 위해"에서 남들이 인정하고 싶지않아했던  진실을 찾아낸 린타오탐정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진실이 중요하다 여겨 밝혀냈지만  그 일이 다른 이들의 마음에 또다른 상처를 준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시작된   린타오는 다른 사건에 관심을 가질수도, 자신의 글을 쓸수도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탐정이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이 다른 사람이 숨기려는 잘잘못만이 아니라  그러기위해서는 속사정까지 드러내야 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일이 많은 이들, 심지어는 자신에게까지  상처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된 린타오는 사건을 핑계로 다른 이들의 삶에 끼여드는 자신의 일에 주저하게 됩니다. 남을 심판하는 자는 스스로도 심판받는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아주 쉽게 남의 잘못을 평가하고 심판하기때문일겁니다. 남의 일이다 싶으면  쉽게 결정지어지는 정의가, 내 일이 되면 왜 그리 말못할 사정이 되는건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우스개소리가 이런때 쓰는 말인가보다 하게 됩니다.   


그런 고민을 가진 그에게 살인을 저지른 것 같다는 소녀가 다가오게 됩니다. 자신의 운명을 가슴에 묻고 가수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유리나에게 어머니의 비밀을 빌미로 누군가가 찾아오게 되고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겁니다. 떨고 있는 유리나를  도와주고 싶지만, 탐정이라는 자신의 할 일에 아직 고민중인  린타오는 이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되지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살인하고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그녀에게   운명에 대한 자책이 있다는 걸 알게되자  아버지 노리즈키 경시와 함께   그 사건에 뛰어들게 됩니다.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범죄자가 될 불씨를 가지고 있지-427

많은 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다는 말을 합니다. 사건을 저지른 사람도 사건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말입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당연히  사랑이나 경쟁의식이란 감정을  가지게 되고 그것에서 상대에 대한 미움이 생긴다는 것까지 인정할테지만  어느 날 도를 지나치게 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고, 그런 자신을 인지하지 못하다보면 잠깐 뒤면  후회할 '순간의 범죄'가 될수도 있다는 걸 현재와 과거 사건속에서 보여주게 됩니다. 과거의 사건이 상처가 되어 그것이 현재 모두의 행동에 제약을 주기에 다시 과거 사건속으로 들어갈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아이돌과 기획사간의 파벌과 경쟁으로 불붙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인간 이모저모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게 하면 되겠다 하는 단순한 이유로 사람을 죽이게 됐다는 이나  사랑하기에 그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이들의 이야기가  '엘러리 퀸'의 마니아답게 기독교적인 물음을 던지는 린타오탐정을 통해 그 후 사건에 관계되었다  남은 자들의 슬픔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범인이 놀랄만한 사람도 아니고, 과거에 묻혀있던 비밀이 현재의  다른 비밀이 되어 사건을 만들게 된다는 추리소설의 기본을 따라가고는 있지만   사건을 일으킨 인간, 그리고 그 사건을 쫓아가며 알게된 사람들에 대해 고뇌하는 탐정과 경찰의 딜레마를 보면서  상처입은 이는 스스로가 극복할 수 밖에 없다는 걸 보게 됩니다. 사건보다 사람을 더 생각하는 '노리즈키 부자'의 이야기가 매력적인 건 아마 그 이유일겁니다. 직설적이다 느껴졌던 '엘러리 퀸 탐정과 퀸 총경 부자' 와는 달리 걱정하면서도 내뱉는 말은 무뚝뚝한 게, 거의 한국판 아버지와 아들쯤이라 약간 웃음도 나오게되고 말입니다. 드디어 자신의 딜레마에 종지부를 찍은 듯 보이는 린타오, 탐정으로서의 심지를 찾으며  연인도 찾게 된건 아닌지 하는 기대를 주며 이야기가 끝나게 되는데요.  그에게 다음에는 사랑까지 찾아오게 되는 건 아닌지, 그렇담 변할지도 모르는 그들 부자의 모습이 어떨지  괜히 기대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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