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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력 ㅣ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힘든 건 나쁜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다. 종종 내가 통제력을 잃으면 일어날 일, 실제로
간간이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13
가끔 이 비슷한 말을 주문처럼 되뇌이지 않는지. 지나고보면 왜 그 정도까지 화를 냈을까 싶을 만한 일이 다들 있었을 것이다. 다른 일에
대한 분노까지 쌓여 더 화를 낸건가 싶어 '분노 사회'속에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잘 참았다 힘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다른 분노의 원인이
외로움이였던가 싶어질때도 있다. 그 분노를 괜히 다른 일, 다른 사람에게 쏟아낸 건 아니였는지, 어찌되었듯 순간적 분노에 몸과 정신을
놓았더라면 어색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상대방과의 다음 대면이 그정도만으로 끝난 것이 다행이지만 말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한가로이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우리에게 보이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가 자신이 기막히게
착하고 선량한, 평범해보이는 남들같은 모습을 흉내낼수 있다고 자신할 때 어느 정도는 다들 그렇지 않을까 싶다가도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을
보며 조만간 각자 사랑하는 딴 사람을 만나게되고 사랑이였던 서로가 원수가 될거라 생각한다거나 비틀거리며 나타나 더듬더듬 술병을
꺼내드는 알콜중독자에게는 도와줄 수 있는 한계를 넘었다는 단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고, 휠체어 탄 소녀와 24시간을 함께 해야하는 그녀
엄마의 모습에서 남들이 읽지못하는 나쁜 마음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할때쯤에는 그가 세상의 너무 어두운 면만을 보고 있으며 그런 기분이 조만간
그에게 어떤 일, 나쁜 일을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 남자, 락토르의 직업이 뢰카 요양원 남자 간호사라는 말에는 위험한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약을 빼돌리거나 남들의 눈을 피해 슬쩍 괴롭힐때 , 도움의 순간이 필요한 인간들에 대해 경멸을 말할때, 그리고
아른핀과의 끔찍한 밤이 지났을때 싸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안나는 다르다."라는 어쩌면 터무니없는 환상을 갖는 모습이나
교도소에서 만난 마가레트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극심한 분노로 이제껏 숨겨왔던 모든 것을 일순간에 다 터뜨리는 그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때, 끝없이 혼자서 되뇌였던 외로운 순간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게 된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혼자가 좋고 그 순간을 즐긴다면서도 제대로 몇마디 나누지도 않은 안나나 아른핀, 얀손에게 거는 기대가 커지는 게 보이는 장면 곳곳에서
그가 아무 감정도, 아무 도움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길과 눈길을 너무나도 바라고 있다는 게 보이기에, 그의 시야속에 늘상
들어오는 따뜻한 사람 하나만 있었더라도 그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오노레 드 발자크는 고독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고독해도 괜찮다. 다만
고독해도 괜찮다고 말해 줄 또 다른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262
안나가 케익을 들고 온 순간을 그가 즐길 수 있었더라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텐데 라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그에게도 꿈꾸던 일이 생겼을 수도 있지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생기기에, 결국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끔찍한 사건의 시작을 만든 외로움이 만든 분노의
끝이 더 무섭게 느껴지게 된다. 제대로 사는 듯이 보이는 강하고 담담해보이는 직장생활과 다르게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불안정하고 잔인하게
보이기까지 한 그의 모습이 알것같고 이해되기도 해 그를 욕할 수만은 없는 건, 우리 안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고독이 때로는
다른 문제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인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싫다고 하면, 나는 돌아 버릴
거예요."-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