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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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마음"을 어디에서 어떻게  채우는 가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냥 빈채로 놔두려는 듯 아무것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사람이나 물건에  무섭게 집착하는(그것을 원하지 않는 상대나 심지어는 쓰레기에) 이들도 있다는데 그런  이가 어른이라면 자신의 인생이니  어쩔수 없다지만   그들과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걱정이 되게 된다.  얼마전 티비에서 쓰레기에 묻혀사는 엄마를 구해달라는 딸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딸 집에 가보니 그녀  또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쓰레기더미속에서 살고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와는 다르게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 또한 집을 채우는 쓰레기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부모나 형제같은   오랜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이들과의 잘못된 일은   슬프게도,  싫어하면서 닮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자신의 작은 마을 "윈드 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취재하러  고향에 돌아가야 하는 카밀은  오랜만의 방문을 여전히 꺼리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도 늘 차가운 모습을 보였던 엄마, 아도라 여사,에 대한 기억이  카밀이 고향 집에 가는 걸 싫어하게 만드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도 하지만 카밀에게 몸에 글자를 새기는 끔찍한 충동이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부터는 그녀들에게 뭔가 비밀이 있지않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된다.


멀쩡해보이는 집과 가족들,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냉한 기운은 아도라 집안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서불안을 넘어선 이상 행동을 보이는 그녀의 열세 살 동생 앰마는 폭력적이고 잔인하다가도   나이에 안 맞게  아기같이 칭얼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비웃던 카밀에게 무작정 의지하는 일관되지 않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카밀을 당황스럽게  만들게 된다.   이 곳의 분위기와  아는 사람이 범인일것같다는 불안함은  가까스로 충동을 누르고 있는 카밀을  다시 예전 불안하던 모습으로 바꿔가게 된다.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의 초기작이라는 "몸을 긋는 소녀"는  더 폭력적이고 더 잔인하고 거친 이야기로, 카밀 집안의 슬픈 과거와 함께 살인이라는 형태로 어딘가 비틀어진 마을 사람들의 모습까지 드러내고 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살인자가 자신 가까이에 있고 자신마저 해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가지게 되는 카밀과 다 알았다 생각했는데 시작된 반전의 이야기는 놀라움보다는 아픔을 주게 된다. 마음의 상처는 사람을 어디까지 변하게 할 수 있는 건지, 병이라 진단된다는 MBP(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과의 사랑이 아닌 끌려가는  잘못 된 관계를 맺어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에 관한, 상상했던 것보다 아프고 끔찍한 카밀 자매의 슬픈 이야기가  내내 상처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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