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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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 그들은 사라진 시간동안 무얼 하고 지냈을지 먼저 궁금해지지만 그들을 예전처럼 다정하게 바라볼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됩니다. 다르게 보낸 시간동안  예전 그들만의 느낌을 잃은건 아닐지, 아니면 그 낯섬을 묻고 다시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말입니다.  


'림보'라 불리는 실종전담반에서 근무하는 밀라 형사는 사라진 이들의 '찾아줘' 라는 소리없는 아우성에 묻혀 지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속삭이는 자' 이후로 강력반 사건을 맡지 않기로 한 그녀는  어둠에 들어갔다 온 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둠 바라보기를 두려워하면서도 그 쪽으로 향하는 눈을 돌릴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직접 키우기를 포기한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의 그림이나 글을 유심히 봐뒀다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아이들 집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무모함을 보이면서까지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강력반에서 연락이 오게됩니다. 일가족 살해라는 무서운 사건이 있었는데,  피해자 가족중 막내 아들에게 경찰에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에 대해 알려주라고 했다는   범인이 그녀가 오래도록 찾아 헤맨 실종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부터 오래전 실종자들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사건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남들이 무심히 건네는 눈길을 따뜻하게 여기고  기뻐했던 소심하고 평범한  이들이 무서운 일을 벌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고독과 고통속에서 묵묵히 똑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다 사라진 사람들, 사라진지도 모른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들의 실종을 알게되어  흔적을 더 찾을 수 없었던 이들이   갑작스레 나타나  사건을 벌이게 되고,  연달아 일어나는 그들의 사건뒤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악을 속삭이는 자,카이로스의 존재를 밀라는 보게 되고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속삭이는 자'의 다음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이름없는 자' 는  사건보다  선과 악, 내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집중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탈바꿈한 사람들이 왜 어둠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쫓아가던  밀라와 사이먼 베리쉬 역시, '속삭이는 자' 에서처럼  "누군가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고 보면 아는게 하나도 없는 법이지...."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것이 타인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알게됩니다.  밖에서는 선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만이 알고 있는 내 의도는  나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위한 일일수도 있고 착해지고 싶은 나에게 내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악을 쫓는 자들 역시 양심에 어긋난다는 걸 알면서 정의을 위해서라며  덮는 일들이 있고   자신이 아니라면 다른 이들의 희생에 그다지 감동도 미안함도 없다는 것을, 악을 행하던 자 역시 자신이 그 일을 악한 일로 시작한 일이 아니였음을 그리고 악의로 시작된 일 역시 그 사이에서 선의 연결고리가  생기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은   뒤덮인 선과 악을 누가 옳게 판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합니다.


악의 논리에 따르면  '누군가의 선은 언제나 누군가의 악으로 작용하기 마련이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라며 사이먼이 밀라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300) 이렇게 사건이 비밀을 보여줄수록  선과 악을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행동을 끊임없이 방향 조정해 가야하는 인간의 의지임을 보여주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됩니다.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답게 악의와 그 그림자에 쫓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무겁지만 끝까지 따라가도록 만드는 도나토 카리시는  불 꺼진 방에 누워있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우리의  두려움과 잘 엮어 조금씩 올라오는 찬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제 도나토 카리시의 형사가 되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밀라, 그녀에게 어떤 일이 다가올지   사건보다 그녀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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