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 박경리님의 눈에 비친 1950~60년대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싶어 궁금해진 이야기이다. 1960년대 대구일보에 연재된 소설이라는데,  아름다운 '은희' 에게 생긴 일들은 성우 목소리로 더빙했다던 예전 그 시절  빛바랜 흑백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린 사랑에 맥을 놓아버린 은희는  새로 나타난 사랑 '강 진호' 에게  가는 자신의 마음에 화들짝 놀라게 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며 빚을 갚기위해  마음에 안 드는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여자의 삶이란 자신을 사랑해주는 착실한 남자를 만나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다' 라  여기고  자신을 좋아한다던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은희와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걸 다 버리고라도 그를 선택하는 것이 진짜 삶'이라는 친구 은옥의 이야기는  그 후에도 여전히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책임지고 살아가는 은옥과 끌려가는 삶으로 대비되는 은희로 보여지고 있다.  


그 당시 신문에까지 많은 남자친구를 사귄 여대생의 이야기가  등장했다고도 하는데,   어느 때든 자유를 즐기고 싶은 이들이야 늘 있었을테지만   해방이나 전쟁이라는 큰 사건을 겪은 후  사람들의 가치관이 많이 흔들리는  때였을테고, 아무래도 더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보여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대학생, 특히 여대생들의  행동이  부러움 반 질투 반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박 경리님은 남들 눈에 자유롭게만 보이는 은옥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것과 남들의 결정에 따르는  은희에게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시련이 있다는 것으로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가족에 대한 무조전적인  희생이 사랑이라 여긴다던지  남들과의 보이는 관계에 흔들리는  은희에게서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는 삶이란 행복에서 시간이 갈수록 멀어질수밖에 없다는 걸,  고단해보이는  은옥에게서는   자신이 책임지기에 언제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하나의 선택이 삶의 순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처음부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늘 주저하던   소심한 은희가 극단적인 행동을 한 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선  이제라도 스스로의 선택을 할 때가 됐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것이다. 


"사람의 수와 같이 많다는 별이 무수히 흘러가는 은하-."

밤바람이 열띤 두 얼굴에 스쳐온다.   -267


지금 우리에게는  은희의 선택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너무 평범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 '은하'의 결론은 파격 아니였을까 싶다.  은희가 늦게라도 사랑을 선택하게 된 건,  시대가 달라졌음에도  여전히 선택하고 책임지길 두려워하는 여인들에게    '애정이란 그 분의 잘못까지도 내가 같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받지 못하는 불행보다 사랑할 수 없는 것이 더 큰 불행이라고 하던 말이다. ' 라며 그 시대 여성들에게  사랑의 주체가 되보라는 박 경리님의 마음이 담긴 응원은 아니였을까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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