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이야기
장회익 지음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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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또 학교가야해" , 울 아이가 한숨소리와 함께 무겁게 내뱉는다.   방학전에는 호기롭게 어느정도  공부(?) 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과후를 신청했으면서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벌써 어깨가 무거운가보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퇴직했기에 이제는  내 맘대로의 공부를 할 수 있어 좋고,   이제껏 알아왔던 것들이 쌓이면서  점점 넓은 세상을 보고있는 자신의  오늘보다  더 나아질 내일을 기다린다는,  희망에 차 있는 노老교수의  "공부"는 어떤 것일까 새삼 궁금해지게 된다. 

 

2008년 칠순이 되던 해, '공부 도둑'으로  나왔던 내용도  정리했지만   후에 달라진 생각  두 가지를 첨부하셨다고 한다. 하나는 공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의 일생과 비교해가며 남에게 배운걸 따라하기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깨닫는 기쁨을 중요시하는 장교수님은 사숙재 강희맹 선생의 도자설에 나오는 도둑 이야기를 꺼내신다.

 

도둑질을 업으로 삼은 아비와 아들이 있었는데, 어느 밤 도둑질하는 중에 아비가 아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자물쇠를 건 다음 주인이 깨도록 소리를 낸 것이다. 이 위기를  재치로  가까스로 피하고  밖으로  나와 당연히 아비를 원망하는 아들에게 아비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남에게 배운 것은 한계가 있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터득한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한 법이다. 더구나 곤궁하고 어려운 일은 사람의 심지를 굳게 하고 솜씨를 원숙하게 만드는 법이다.네가 창고에 갇히고 다급하게 쫓기지 않았던들 어떻게 쥐가 긁는 시늉을 내고 못에 돌을 던지는 꾀를 냈겠느냐. 이제 지혜의 샘이 트였으니 다시는 큰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제 천하의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후에 과연 그는 천하제일의 도둑이 되었다   -86

 

여러번 공부와 멀어질뻔한 일들을 공부의 창고에 자물쇠를 건 일에 비유하기도 하고, 자신은 아직도  학문의 창고에 들어가 앎을 훔쳐내는  '공부꾼'일뿐이라는  이야기에서 그의 일생 주요 흐름이 되는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공부를 즐기는 게 어떻게 하는 건지를 알게된다.  초등학교 졸업도 하지 못한채로 시골 농사일을 도울 수 밖에 없었기에 반강제로 시작된  혼자 공부는  돌아보니  스스로 앎을 찾아가도록 할 수 있는 힘이 쌓이는 시절이였다는 걸, 미적분 이해하게 됐다며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어했다는 이야기에서는 공부의 다른 이름이 경쟁이 아니라  알다 이해하다 가 주는 순순한  기쁨이라는 것을, 낯선 외국땅에서의 '아는 것은 알겠는데 모르는 것은 모르겠더라"로  아는 것을 다시 음미하여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하는 것이 모르는 것을 보고 알려고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에서는 모르는 걸 무조건 머릿속에 많이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게 공부라 여겼기에 우리가 공부를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결국 몸마저도 공부에 신명을 내는 경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394

좋아하고 즐겨라, 즐기는 것보다  그 일을 계속하게 할  스스로 만든 강제요인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공부만큼은 누가 좋아하랴' 하던 우리에게   신명을 내는 경지라는 것이, 그의 인생을 열 두마당으로 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회고록이라 부를만큼 한 사람의 일생이 들어있는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일생의 큰 부분이 된 공부를    '앎 중심'이 아니라 '삶 중심'으로 만들어갔기에  자연스레 넓어지고 깊어진  학문을 여전히 즐기는 분의 모습을 어느 순간에서건 볼 수 있기때문이다.

 

공부 잘하던 아이가, 앎을 야금 야금 한 부분씩 꺼내가던 공부 도둑이  이제는 지식의 순환고리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알게 된 기쁨과 깨달음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하는  커다란  지혜의 보고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 분은 알고 계실련지, 어느 페이지를 들춰보아도 자신의 이런 일들이  깨달음과  또 다른 깊이를  얻게했다는 걸 말씀하시는 분의 이야기에서 아직도 고달픈 게 공부라면서도 여전히 하고있다는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되니 나 또한 나를 돌아보게 되지않을수 없다.

 

 하나와  둘, 명확히 다른 부분이라 여긴 지식의 부분들이  이제사보니  서로 연결된다는데,  난 어디까지 왔으며 누구에게 어떤 기쁨을 말해줄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말이다. 꼭 물리처럼 어려운 과목이 아니더래도, 생명처럼 중요한 과목은 아니더래도   살아가면서 얻은 진짜 안다는 것의 기쁨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게 된다. 

 

"당신이나 나같은 사람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죽을 테지만, 아무리 오래 살더라도 늙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그 안에 태어난 이 거대한 신비Mystery 앞에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처럼 이것과 대면하기를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424(아인슈타인의 친구가 그의 80세 생일에 보낸 편지 구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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