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북클럽
박현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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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어느 책에서 이런 마음에 드는 구절을 봤다며  외워서  말할때, '우아'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입밖에 내도 사라지지 않는 그 말이 그 사람의 향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갑자기 달라보이는 그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한 책은 내 관심을 끌게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말한게 이미 내가 읽은 책인 경우는 내 머리를 두드리게도 된다. 그렇게 좋은 구절이 있었음을 이제사 알다니..난 뭘 읽은건가 싶어서이다. 더군다나 그 사람에게는  한 구절 구절이 소중해서 평생을 간직하고픈 책이라는데,   나에게 그런 책은 무엇인지...갑자기  씁쓸해지게 된다.


'우리같은 아이들'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몰락한 일진 짱, 부상당한 축구 천재, 공감능력 바닥인 만년 전교 2등, 외모콤플렉스 쩌는 소심이가   대박 사고로 인한  '수북형刑'을 받게된다. 1년간 북카페 숨:에서 벌어지는 '수요일의 북클럽(수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학교에서 내려야 할 벌은 없었던 것으로 한다는 이야기에,  아는 듯 모르는 듯 학교에서 멀리 지내던 아이들은 어쩔수 없이 카페에서 모이게 된다.  카페 주인이 내건 조건은   한달에  한번은 모임에 꼭 찹석할것, 그리고 읽기로 한 책을 꼭 읽어오라는 것뿐이다.   한달에 한 번, 그리고  책을 읽어오되 독후감도 토론도 아닌 각자 마음에 드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 같이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여기면서도  '요즘 누가 책을 읽냐'며  책읽는 자신을 누가 볼까 부끄러워하던 아이들이  점점  서로가 내미는 구절에 동감이나 반대의견, 그렇게 자신들의 생각을 말해가며  책에 빠지는 서로를 보게 된다. 


시간이 없어, 재미가 없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아이들에게 반강제적으로 이런 시간을 만들어준다면, 더군다나 책을 읽고난 후에  어떤 부가적인 조건도 붙지않는다면 다들 이렇게 되지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이 내미는 구절은 생각보다 그럴듯하고,  찬반의 내용 또한 아이들 각자 상황에 맞아 들어가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게도 만들기 시작한다.  그 책을 조금 더 알수있게 하는 주인장의 편지글까지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이제껏  당연히 알고있다 생각했던 '프랑켄슈타인'의 정체부터 읽을줄 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속 노인등의 이야기가 '세상은 넓고 읽고싶은 책은 많다.' 는 것도 알려주지만 우리가 왜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도 생각해보게 한다. 북카페 이름이 숨:이라는게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읽으면 읽을수록 줄거리가 아닌 전체가 주는 기쁨에 빨려 들고있는 자신에  기뻐한 여왕,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준 소설에 대한 기록을 남긴 사도세자, 우리 인생에서 늘 걸림돌이라 여겨진 노력하지 않아도 결과를 얻어내는 천재나 그런 이와의 경쟁,   스스로 만들어내는  성장등에 관한 이야기가  책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책을 읽고 멋있는 이야기를 줄줄 쏟아내는 사람도 멋지지만  한글자씩 기쁨에 떨며 읽어가는 사람 또한 멋있구나 하는 것도  알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하나의 책을 다양하게 읽을 수도,  다가오는 느낌도 다 다르더라..하는 이야기, 달라서 좋은 걸 하나 더 발견한 기쁨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때가지 읽고 또 읽었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p.151)

 

책읽기의 즐거움은 그것이 별 쓸모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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