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사라졌다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0
박현숙 지음, 김현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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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둘째 아이 일학년때 같은 반이였던 엄마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적이 있습니다. 반갑다며 이번에는 몇 반이 됐냐는 말에  무심히 "5반이요" 라  했는데,  자신의 아이가 1학년때처럼 5반이 다시 됐는데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라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는 다른 반이 맞더라구요. 오빠와 헷갈렸다는 멋적은 웃음으로  그 자리를 지나쳤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두고 두고 쓴 웃음이 나게 됩니다.


저자 '박 현숙'님은 나와 비슷하게  아이 학년을 헷갈린 이웃집 아저씨와   어머니의 연세가 종종  헷갈린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가족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 보자는 말을 하는데요.  '할머니가 사라졌다. 아주 감쪽같이'로 무시무시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무심한줄도 모르고 지내던 우리들에게 가족을 돌아보게 합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할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출일지 혹은 사고는 아닐지,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반재네 가족은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맞벌이인 부모님을 대신해 살림을 해 오시던  할머니이기에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았지만, 막상  그들 가족이 누군가에게  할머니에 대해 말하려하니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읽다보면  점점   반재 할머니의 아들,  즉 반재 아버지의 심정이 되고 맙니다. 바쁜 생활이란 변명과  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은 어머니이기에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던 반재 아빠는   어머니가 사라지셨다는 생각이 들자 슬픔만 남게 됩니다. 요즘 헤어 스타일은 어땠는지, 옷은 뭐였는지 뿐 아니라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건 한 이십년쯤 전, 예전 어머니 모습이라는 겁니다.

 

나도 누가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싶어 가만히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얼굴을 그려보게 됩니다. 내가 그려간 얼굴이 얼마전 보았던 부모님 얼굴이 맞는지, 오늘 아이가 입고 나갔던 옷은 맞는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집니다. 특히 부모님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얼굴의 특징은 기억하더라도  요즘 헤어 스타일, 요즘 챙겨 입으시는 옷에 신발까지 정확히 그려내라 하면  더 어려운 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가족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란 기발하고 깜찍한 이야기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은  우리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잔소리하며 가까이에 있었는데  정작 우리의 시선은 바쁘다는 이유로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려줍니다. 우리 집에 진짜 필요한 건  '우리' 라는 걸 아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알려주는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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