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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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들 사람사는 곳에 사연 없는 곳이 있을까 싶게, 이제는 학생들 발길이 잠잠해져 '구 학생가' 라 불리는 대학교 뒷편   상가에서 일하는  이들 역시 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이들이다. '이 거리를 탈출할거야'라는 말을 하는 마쓰키, 대학은 졸업했지만 뭘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고헤이, 화요일이면 사라지는 히로미,언제부턴가 빛나는 사파이어 반지를 손에 끼고 있는 마담 준코 등  과거사를  들추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을 정도로  서로를 신경쓰며 살아가는 상가 사람들의 비슷한 하루하루는 마쓰키가 살해되면서  이제껏 궁금했던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되게 된다. 

 

 관계있을 것 같지 않을  이들의 계속되는  죽음과  밀실 살인, 그리고 일상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결국 사건 풀이의 핵심 단서였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학생가의 살인'은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예전 느낌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987년 출간된 이야기라고 하니 당연 예전 그 느낌인거구나  싶어지게 된다.  청춘들이기에 생길 수 있는 실수와 사랑, 그리고 욕망이 불러온 일들은 돌고 도는 사건을 만들었다 로 간단히 끝나는 듯 보였던 이야기는  "그리고 그 뒤에" 라며 이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 따로 있었다는 반전을 두고 있다.

 

 회사 기밀을 빼낸 사람과  비밀을 지키고 싶은 사람,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인간의 모든 걸 저버리는 이들, 자신의 욕심과 싸우는 게  사람이기에 당연한 일이고, 선과 악 그 중에  더 강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게  또 당연히 악이겠지만 하나의 나쁜 선택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안좋은 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은, 계속 사건이 일어난다면  주위에 있던 사람을 이전과 다르게 보라는 추리소설의 규칙을 잘 따라가고 있다.

  

 거기에 사건이 일어난 후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같이 이야기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님답게,  혼자  끙끙대던 히로미가 사실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 고헤이가 사건을 풀어가며  자신이 즐기며 하고픈 일과 남들이 인정할 만한 일사이에서 하던 고민에서  소중한 시간과 사람들, 그렇게  달라보이는  한 번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는 청춘의 성장 역시 보여주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틈에서 어설픈 듯하지만 알고 보면 꽉 짜여진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사건을 불러온 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만든 일로 후회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써 간 '학생가의 살인'.   사건과 알고나면 어이없는 진실, 그리고 절망만 남은 사람들. 하지만 그 안에서  부딪치는 사람끼리 생겨나는 희망 또한 있다는,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사람에 대한 푸릇했던  희망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인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오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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