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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즈 ㅣ 웨이워드파인즈 시리즈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변용란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눈을 뜬 에단은 자신이 사고를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엉망이 되어버린 몸과 단편적 기억을 끌고 웨이워드 파인즈라는 낯선 곳을 걸어가는 그에게, 지나가던 어린 아이가 "엄마, 저게 그 사람이야?" 라는 속삭이는 말을 하는 걸 듣게된다. 뭔가 그 때부터 평화로워 보였던 마을은 이 한가로움 뒤에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연결되지 않는 공중전화, 자신이 겪은 큰 교통사고를 알지 못하는 근방에 사는 사람들, 자신이 연방요원임을 알려주며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렸음에도 태연한 보안관 등 웨이워드 파인즈는 친절하고 착한 느낌의 동네이면서도 어딘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주는 묘한 동네이다. 하지만 문제는 막상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기는 커녕 이 마을을 나가기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된 에단은, 한 여인의 도움을 받게되지만 자신이 드디어 미쳐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 싸이게 된다. 2012년을 살던 그에게 그녀는 이 곳에 1985년에 왔으며 이제 이 곳에서 살아간 지 일년이 되간다는 것이다.
기억을 잃어버린 연방 요원이라는 이야기의 시작은 그가 찾아야 하는 요원 한 명의 죽음으로 역시 그들이 가지고 있었을 비밀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는 달리, 비밀은 에단 그도 쥐고 있었으며 모든 것의 시작이 이 웨드워드 파인즈이며 어쩌면 이 곳에서 에단 역시 마지막을 맞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90년작 트윈 픽스라는 드라마에 꽂혔었다는 작가 블레이크 크라우치는 작은 마을에 옹기 종기 모여 사는 친절한 사람들이 웃음기를 걷으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트윈 픽스에서 (가물 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사라진 딸을 찾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근심뒤에는 생각지도 못한 다른 모습의 사람들이 있더라 하던 이야기처럼 에단을 향한 적의가 자신들만의 마을을 구축하려는 광기에 찬 마을 사람들의 음모가 아닐까 싶었지만, 이 모든 건 더 치밀하게 오랜 시간을 들인 이의 계획이였음이 드러나게 된다.
비밀과 추적이라는 처음의 흐름과는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면서 인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모든 게 모두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수단 상관없이 모두를 구속하는 이들, 낮에는 웃지만 밤에는 도끼를 들고 한 때 웃음을 나누었던 이들과 대립하는 사람들. 자신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는 게 진짜 인간의 모습인걸까, 그러기위해서라면 어떤 생활에도 적응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씁쓸함을 가지게 된다.
계속 움직여야 사는 남자, 에단의 첫번째 선택은 이미 한것으로 보이지만 그 다음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3부작 중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로 했고 에단은 맷 딜런이 맡기로 했다는데 눈으로 본다면 밝은 웨이워드 파인즈와 어두운 저 밖 세상이 더 잘 보이게 될까, 그렇게 되면 혼란스러운 우리의 선택은 더 쉬워질지 기대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