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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닥터 슬립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아직도 무서운 영화하면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희번덕이는 눈빛으로 계단을 오르던 '샤이닝'의 존 토런스(잭 니콜슨이 분한...)와 샤워하던 금발 미녀가 소리지르는 "사이코"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나 오버룩 호텔에 쌓인 악의 기운에 점점 동화되어가는 아버지 '존 토런스'와 세발 자전거 사이로 나타난 유령들에 끔찍해하는 어린 '대니'가 기억에 남는 샤이닝은 서로 사랑함에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악의 기운에 사로잡혀 서로에게 도망쳐야 하는 가족을 나타냈기에 더 공포로 남지않았나 싶다.
그 후 그의 가족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나 보다. 스티븐 킹의 사인회중에 독자로부터 "샤이닝의 그 아이는 어떻게 됐나요?"란 질문에 작가 자신도 내내 걸려하던 이야기였기에 36년만에 "닥터 슬립"이란 이름으로 토런스 가족의 진정한 역사라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써냈다고 한다. 역시나 대니의 비참한 삶 이야기부터 시작되게 된다. 엄마 웬디 역시 아들의 샤이닝이라는 귀신을 보고 느끼는 특별한 능력을 아는듯 모르는 듯 넘어가게 되지만 대니의 능력은 예전 오버룩 호텔에서의 귀신들을 불러내는 것을 넘어 그들이 현실의 세계에 흔적을 남기는 수준이 되게 한다. 공포로 살아가던 그에게, 느닷없이 찾아오는 그들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건 그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전 오버룩 호텔의 주방장 '딕 할로런' 덕택이다. 그것들을 잡아 머릿속 상자에 넣는 능력을 키우게 되긴 하지만 자신이 보고 듣는 것에 진저리를 치는 대니는 술에 의존해 그것의 힘을 줄이는 삶을 살게 된다.
누구는 귀신을 보고 미래를 보기에 나쁜 걸 막기위한 노력을 하고 누군가는 지레 포기를 하게 된다. 이 둘로 나눠지는 선택중에서 포기를 선택한 대니는 떠돌이 생활로 순간 순간을 넘기는 삶을 선택하게 되지만 그러다보니 궁핍한 생활과 보고 싶지 않은 걸 봐야 하는 운명이란 변명으로 결코 원하지 않던 짓들도 저지르게 된다. 자신이 막을 수 있는 슬픈 운명에 외면하던 대니는 늘 그것에 마음 걸려하다 드디어 정착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부턴가 누군가가 자신에게 남들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된다. '닥터 슬립'은 삶을 마치는 이들을 위한 요양원에서 닥터 슬립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며 마음을 잡아가는 대니와 대니보다 더 뛰어난 엄청난 능력을 지닌 소녀 아브라, 이제껏처럼 그녀 아브라를 잡아 샤이닝이라는 능력을 지닌 특별한 이들의 "스팀"을 마시려는 트루 낫과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샤이닝의 이야기가 극복할 수 없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인간들의 절망 이야기였다면 후속작이라는 '닥터 슬립'은 인간이 갈수 있는 제일 밑바닥에서 헤매던 자신을 방치하던 대니가 다시 보통의 삶속으로 돌아와야 하는 이유를 다른 이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인간들의 힘이라는, 공포보다 더한 게 우리 인간들에게 있다는 희망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이전 오버룩 호텔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한, 인간이였음에도 인간이 가질수 없는 걸 욕심냈기에 거대한 악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트루 낫'과의 대결은 이전의 대니였더라면 무작정 도망을 선택했겠지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도움을 줬던 많은 이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리고 자신이 하지 못했기에 내내 가슴에 남았던 일들에 대한 후회와 연민으로 아브라를 도와주며 대니가 찾아내는 마지막은 이제껏 이루지 못했던 아버지로부터의, 내내 어두운 것으로만 여겨지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말에 의하면 괜찮은,그것도 썩 괜찮은 공포 소설(내 생각엔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본 이가 많다면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의 추억에 부응할 방법은 없단다. 그것이 젊고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읽은 경우라면 더더욱이나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말처럼 예전의 그 뭔지 모른다는 것, 언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공포는 훨씬 덜하지만 죽음이라는 잘 모르는 세상을 바라보는 낯선 능력을 지닌 대니가 죽음이 주는 공포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주는 편안한 믿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아버지와 나누는 인사. 그리고 아브라에게 건네는 이야기로 이후의 삶이 어떨지를 알것 같기에 앞으로 다시 닥터 슬립이 나타나게 된다면 이제까지와는 다른 막강한 힘과 의지를 가진 인간이 어떤지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