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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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읽었던'푸른 수염'은  아직까지도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있습니다. 만약..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뱅뱅 돌게 만드는  이야기라서 그러지않았을까 합니다.  만약에 그녀가 그 방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그 이후의 일들이 달라졌을까, 만약 그렇지 않았다해도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게  옳은 일인 것일까에,  만약 나였더라면 끝까지 그 방문에 눈길을 주지않았을까 하는 등등의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아멜리 노통브는 이 이야기를  잔인한 푸른 수염은 에스파냐 귀족임을 자랑하는 돈 엘레미리오로,  푸른 수염의 철부지 아내는 25살의 냉소적인 벨기에 사튀르닌으로의 변신을 꾀했습니다.

 

파리 7구에 월세방을 얻으러 온 사튀르닌은  성에 가까운 그 집에서 여덟 명의 여자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20여년을 밖에 나가지 않는데다 사라진 여인들이라는 기괴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돈 엘레미리오가 방을 내놓는다는 말이 들리면 여자들이 북적된다는 그의 대기실은 혼란스러워하는 사튀르닌만큼이나 우리를 헷갈리게 합니다. 그런 소문이 있는 집인데도 유난히 싼 월세라면 가고 싶은 걸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사튀르닌 역시 방을 얻게 되고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졌다는 돈 엘레미리오와 거의 매일 진수성찬의 저녁을 같이 하게 됩니다.

 

'다른 건 다 되지만 저 방만은...' 이라는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었는데 서로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음에도  충분히 흥미로운 그들의 식사시간과 사튀르닌의 혼자 생각은 의외로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거짓말이라는 걸 못한다는 그는 물어보는 말에 너무 솔직해 그녀가 화를 낼 지경이 되고 그만큼이나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는 다른 8명의 세입자들과는 분명히 다르다했던  사튀르닌 역시,  평범하다 생각했던 그의 얼굴을 잘 생기게 보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주로 그녀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게 위험한 일일까, 사랑인걸까 로 흔들리고 있는    여자의 고민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쾌락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조잡한 사랑 고백이라도 받아들이겠어." 라고 첫 날 푹신한 침대에 누운 그녀가 생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쩌면  날 사랑한다는  상대에게 무조건적으로  받는  편안함과 풍족함이 주는 나른함이 나 또한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조건이(수많은 드라마에 실장님이 많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가 되지않을까 하지만...하지만 이건 남자들이 생각하듯   물질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될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지겹게 고집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기쁨으로  바라보는 그의 순수(알고보면 집착일수도 있는) 에 가까운 눈빛이 여자들을 사랑의 환희의 늪으로 데려가는 듯하기도 하고,결정적으로 어떤 불리한 조건에도 진실만을 말하는 그라면 나에게 어떤 해코지를 하지는 않겠지라는 어리석은 믿음이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여러 이유로 그녀 역시 사랑에 빠졌기에  그 전에는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그동안의 일들이 궁금하게 되고 드디어   진실을 알게 됩니다.

 

"진실을 알게 되다." 이 말은 그 후에 어떤 행동이 있으리라는 말과 같다는 걸 알기에,   "사랑은 믿음의 문제다."라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든 비밀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소."라는 돈 엘레미리오같은 남자들의  말과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보여주고  나누어야 한다'는  사튀르닌같은 여자들로 나눠지는  이야기 양쪽에 공감하는 우리는 어떤 결론이 나올까까 궁금해지게 됩니다.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여자들을   욕하면서도 다들 그렇듯, 역시나  '그 죽일놈의 사랑'이라면서 사튀르닌도 같은 행동을 할지, 아니면 처음의 냉소를 잊지 않을지  아멜리 노통브는 우리에게   생각보다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 사튀르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도통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녀 역시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각자의 생각대로 서로가 움직일거라는 생각이지만  8명의 여자가 사라질때까지 자신의 고집을 꺽지않은 그와  자신이 알고 있는 답을 듣지않기 위해 칼을 들고 새벽에 남자 침실에 뛰어드는 여자, 그들은 결코 상대방의 마음대로 해줄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내가 생각한대로의 결론은 아니였지만  아멜리 노통브에 의해 다시 만들어진   진실과 비밀, 사랑하기전과 사랑에 빠졌을 때, 남과 여의 고집스런 다른 생각들의  "푸른 수염"은   굉장히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돈 엘레미리오와 사튀르닌, 그들이 만들어가는 푸른 수염은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세상을 보는    우리를 생각하게 합니다.   만약 진짜 푸른 수염이 돌아온다하더라도 어설펐던 그의 아내들과는 다른  사튀르닌이였다면  어떻게 다른 이야기가 됐을까  싶고,  푸른 수염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비로소 그의 행동이 나은 무시무시한 결과가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작았을지도 모를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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