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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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끝없는 쿨함에 반한지라 이번 요나스 요나손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에게서도 뭔가를 기대하게 됩니다. '셈을 할 줄 아는' 과 '까막눈'이라는(생각해보면 상관없음에도),  어울리지 않는 제목을 등에 쥐고 나타난 억척스러운 꼬마 아가씨 놈베코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게토의 공동변소 분뇨 수거인이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졌을뿐 아니라    재미를 느끼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한다는 영특함으로 자신의 앞에 어떤  덩~ 같은 일들이 와도 아무렇지 않게  치워버리는 강단이 있다는 걸 보여주며 '역시' 란 감탄사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승진과 다이아몬드라는 놀라운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하는 상상을 하게 하지만 행복으로 한 발 내딛었다 믿은 순간에  그녀가 맞이한 교통사고의 어이없는 결과만큼이나 충격스럽고 혼란스럽게, 그녀의 앞날은 계속 배배 꼬이게만  됩니다. 그것도 핵폭탄을 안고 다녀야 한다는 무지무지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말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어떤 질문을 들어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연구소장, 늘 실수연발만 하는 위조범,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늘 고민하는 쌍둥이2와 아버지 유언만 머릿속에 남아 어디에서나 아슬아슬한 쌍둥이1에,  똑똑하다면서  실수만 하는 위조범들에게 당하는 엘리트 등  이라는 엉망진창인 조합속에서  놈베코는 자신의 원래 계획대로 핵무기를 치우기위해 한 해 한 해 그렇게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외관만 보면 멀쩡하게 보이는 인간들이 안에서 보면  어찌나 허술한지, 그 중에서  제대로 된 인간은  어느 순간에도  절망이라는 걸 모르는  놈베코뿐이라는 걸 보여줍니다.이렇게  인간들에게 실망 제대로 해야하는 거 아닐까 싶을 즈음에 나타난 국왕과 수상, 그리고 FBI 요원이 벌이는 사건은 또 허술하기에 사람이 매력적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요나스 요나손은 몇 십년이라는 세월을 신념과  고집속에서 딱딱하게 변해가며 살아갔기에 절대 변할것같지 않던 인간들이  서로 며칠동안, 아님 잠깐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겪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가졌던 생각이 언제든 바뀔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거기에 금방이라도 폭탄이 어찌될지 몰라 위급한 상황이라도 늘 "생각 좀 해보는" 놈베코같은 이만 있다면 또 넘어가지는게 세상일이라는 걸, 그렇게 세상일은 어떤 결과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와 미국,중국등등의 나라가 핵폭탄을 대하는 서로 다른 자세속에서도  말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사람이 똑부러진다 싶기에  전작 100세 할아버지보다 더 위험한 걸 지고 다녀도,  늘 넘어갈듯 넘어가지 않는 할아버지처럼  불안하지 않아서인지   읽는  재미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우러러볼만하다 여기는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어 보여 무시하는 사람,  진중하다 가볍다 등등의 사람에 대해 우리가 내리는 결론이란게   종이 한 장 차이였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다양하지만 알고보면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 안에 담겨지는 건 또 다르다는 걸 놈베코 주변 인물들의 엉뚱한 행동으로 보여주기에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담지않았나 합니다. 이렇듯 너무 엉뚱한 인물들의 더 엉뚱한 사건이라   요나스 요나손이 다음에 누구를 등장 시켜도 이제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역시 그라면 지금 내가 보는 일을  다르게 나타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음 작 역시 또 기대해보게 됩니다.  

 

네가 말하는데 상대방이 잘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너무 화를 내지는 마.

그의 귓구멍을 막고 있는 조그만 솜뭉치

하나때문에 그런지도 모르니까.

                -위니 더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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