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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매뉴얼
제더다이어 베리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6월
평점 :
01,미행에 대하여.. 우산 손잡이를 자전거 핸들에 끼워 매일 중앙역으로 길을 서두르는 찰스 언윈의 등장은 우리를 짧은 착각에 빠뜨리게
된다. 같은 시각, 같은 목적이라면 뭔가 스파이,탐정들만의 전용 행동이지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건의 시작을 추측해보다가 그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각을 고집하는 이유가 격자무늬 코트를 입은 여자를 위한 것이라는 매우 허망한 사실에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찰스는 탐정회사로부터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게되고 역시.. 하게 되지만 서기로서의 일정 규칙을 지키는 삶에 지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탐정을 원하지 않았던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이 모든 걸 총괄하는 관찰자에게 알리기위해 나서다가 진짜 사건을 만나게 된다.
관찰자의 죽음, 사라진 탐정, 그리고 오래전부터 시작된 음모라는 당연 탐정이 나서야 할 일들은 찰스가 사라진 탐정 시바트를 찾기위해서라는
이유로 만나게 된 이들마다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만났던 모자장수나 사라지는 고양이처럼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영 모를것
같기도 한 이야기를 하거나 영화 '인셉션'에서 돔 코브가 마지막에 돌린 팽이가 멈출지 그렇지 않을지를 열심히 토론하게 했던 그 때처럼 지금
내가 보고있는 이 사람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꿈일지 혹은 진짜 세상일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쫓아가게 한다. 왜냐하면 매 장마다 번호를 매겨 탐정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규칙들을 이야기해주고는 있지만 일어난 사건과 그
사건 해결을 위해 필요한 듯 보이는 단서는 그가 만나는 이들이 꾸는 꿈에 있기때문이다.
이십 년 칠 개월하고도 며칠동안을 명탐정이라 불리던 시바트 탐정의 서기로서 남들의 완벽한 시선을 받았고 그 시선을 은근 즐겼던 찰스는
자신이 중요하다 여겼던 것과 그렇지 않다 여기고 삭제해가며 정리했던 그 동안의 수많은 사건의 중요 단서나 이야기 구성요소들이 모두 그렇게
보이기를 원한 이들의 시선에 맞춰 자신이 잘못 요약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이 했던 일들을 바로잡고자 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그는
점점 사라진 '무삭제판 탐정 매뉴얼'에 어떤 내용들이 들어있는건지 알아내게 되고 오래 묵은 사건의 진실과 가까워지게 된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헷갈리게 만들던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아마도 ..라 하게 만드는 적응성을 지니게 된다. 음모와 대립이
만들어낸 꼬리를 무는 사건이라는 흔한 탐정소설의 줄거리는 꿈을 지배하려는 자, 그 꿈을
감시해 자신의 힘으로 만들려는 자들이라는 누군가의 꿈을 이용하게 되기에 SF라는 생각하지 못한 장르로의 점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미건조, 무색채 찰스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매번 안개속을 걷는 듯한 그의 다음은 어찌될지 궁금해지는 걸 보아하니 나 역시
이야기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건 알게된다.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내용들이 길을 잃게 만들지만 잠을 자지 않는 쌍둥이 형제,
누군가를 잠재우는 능력을 가진 여자. 탐정 그 이상이 되고 싶어하는 이에 절대로 탐정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인물이라는 더 독특한 인물들의
조합이 안개속을 헤매다 나타나는 어렴풋한 그림자에 '찾았다.' 싶은 희망을 주듯, 가끔씩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것같게 만드는 매력이 은근히
있다.
'델리카트슨'이나 '환상특급'이란 색다른 영화 한편속에 '탐정 매뉴얼'이 함께
한듯, 사건이 끝나고 나면 찰스나 다른 인물들이 점점 색을 색과 모양을 갖춰가게 된다. 온통 짙은 회색의 뒷모습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