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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오후의 마들렌
박진희 지음 / 리즈앤북 / 2014년 8월
평점 :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던 일을 나도 생각했다.'
란 그녀의 말처럼, 이제는 결혼식보다 장례식 갈 일이 많아졌다거나 사랑에 너무 많이 나를 걸지는 말자거나 난 그걸 이렇게 생각했는데
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마치 오래동안 알았던 친구와의 수다처럼 쉽게 다가오게 된다. 그녀가 이렇게 생각한다며 내미는 여자란, 남자란부터
좋아하는 책 한 구절, 영화 한 장면의 이야기는 내가 꺼내놓는 주제가 무엇이든 같이 고개를 끄덕여주고 같이 울어주는 친구들 앞에서 차나
술과 함께 꺼내지 않았을까 싶은 이야기들이다.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이나 어떤 것이든 지나치다는 건 모자라다는 것보다 나쁠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이라면,
그런 나이(?) 를 지나는 이라면 더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 '따뜻한 말 한마디'란 드라마 제목을 보면서 오랜
따뜻함을 싸늘하게 식힐 수 있는 것도, 지친 어깨를 힘내라 두드려주는 것도 소소한 말 한마디로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있었는데, 너와 나 그렇게 우리를 좀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자는 그녀의 이야기 역시 소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사람에게는 더 커다랗게
다가온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녀가 꺼내놓은 어린 날의 기억이나 사랑과 결혼등 사람이 나이를 거쳐가며 생각해보게 되는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과 순간을 지나며 우리의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쌓이고 쌓여 내가 되고, 또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영화와 나, 그리고 친구"라는 대목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였지만 너라면 꼭 봤을 것같아서 꾹 참고
봤다는, 그렇게 다른 시간이라도 같은 영화를 보면 나중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한 친구덕택에 충분히 행복하다는 구절을 보고
나니 내 취향에 맞춰주는 친구들, 그걸 마냥 편하게만 생각했던 일들이 미안해지게 된다.
이 책 역시나 오랜 시간을 같이 한 친구를 위해 미루고 미루던 책 쓰기를 용감하게 마친거라는데, 우리 모두 소중한 이들과의 인연이 아주
오래가고 좋은 일들만 있었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