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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
미셸 뷔시 지음, 임명주 옮김 / 달콤한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갑작스런 사고로 바뀐 운명은 우리 인간들의 운명이 누구의 손에 있는 것인지를 새삼 궁금하게 한다. 내가 탈수도 있었을 기차,
버스,배,비행기 등등의 갑작스런 사고라면 더더욱 말이다. 조사 결과 후 이런 이러한 이유로 라는 발표가 나면 관리를 소홀히 한 인간의 잘못이란
생각에 씁쓸해하다가도 만일 내가 그 곳에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에는 오싹해지게 된다.
비행기 승객 169명중 단 한명의 생존자, 그것도 삼개월 정도 된 아기가 살아남았다. 그 아이가 자신의 손녀라며 데려가겠다고 두 집안이
나서면서 1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의 두 가문의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유전자 검사가 아직 발달하기 전인 1980년대, 그들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고로 각자가 내민 추측성 증거에 의지하게 되고 그러다 그 아이는 비트랄가에 보내지게 되지만 포기하지 않는 카르빌가의 끊임없는 눈길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에밀리 비트랄일수도 리즈로즈 카르빌일수도 있는 아이는 18살 생일을 맞게되고 드디어 자신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수도 있는
증거를 손에 넣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 날이 되자 에밀리는 사라지는 걸 선택하게 되고 그 사건을 조사해온 탐정 그랑둑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가 그녀에게 남긴
사건 일기를 쫓아 에밀리의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 마르크는 자신이 진실을 찾아야지만 에밀리를 구할수 있다는 걸, 그리고 자신도 행복해질수 있다는
걸 알게된다.
이 이야기는 드디어 찾게 된 진실을 쫓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한 발자국 앞을 모르는 운명앞에 나약한 인간과 인간의 오기가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보여주고 있다. 에밀리가 15세가 되던 날, 드디어 유전자 검사로 양쪽 집안을 대표하는 그녀의 할머니들은 진실을 알게되었음에도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으니 말이다. 거기에 18년이라는 조사끝에 발견한 진짜 중요한 증거는 이미 눈에 보이게 나와있었다는 것으로 신의
장난을 생각해보게도 된다. 불공평한 운명에 불복하고자 했던 인간들의 오기와 집착, 그리고 미련으로 벌어진 행동 하나 하나가 사실은 신의 손바닥
안에서의 놀이고 눈에 다 보이는 수였다는 것으로, 18년 후 이제 드러난 진실을 따라 파리에서 터키, 캐나다까지 인간들이 숨가쁘게 거둬들인
깨알같은 증거는 단 하나의 진실과 고백앞에 힘을 쓸 수 없다는걸 알려준다.
사랑과 행복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참을 수 있도, 덮을 수도 있다 믿는 진실을 우리는 몇 개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해지게
된다. 하지만 내가 결정했다 믿는 그 일들에는 나만의 의도뿐 아니라 신의 적절한 의도도 들어있기에 그 진실의 무게에 눌리게 되는 건 당신이
사랑하는 다른 이가 될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진실은 언제고 드러나는 것이라는 것을 '그림자 소녀'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