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만의 특별함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고만고만한 나와는 달리 뭔가  특별해보이는 이들에게는 매일 특별함이 주는 즐거움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지만 막상 그런 이들은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거나 지금도 그 정도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 노력에 또 노력중이라는 이야기하는 걸 듣게 된다. 

 

수영선수로의 꿈을 접은 리노는 사촌동생 나오토의 자살이라는 죽음으로 모인 일가 친척들틈에서 슈지 할아버지를 오랜만에 만나게된다.  그 일을 계기로 다시 할아버지의 집을 종종 찾게 된 리노는 꽃을 좋아하는 슈지할아버지 대신 블로그에 글이나 사진을 올려 꽃에 대한 기록을 남겨주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노란 꽃 화분을 발견하게 되고 얼마후 슈지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원한이라고는 없을듯한 할아버지댁에서 그녀가 알아챈 달라진 것이라고는 그 화분이 없어졌다는 것뿐이고  그 사실을 알고 찾아오는 이들에 의해 점점 리노는 사건속으로 빠져들면서 보이는 이 하나의 사건뒤에 세대를 넘어선 사건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한순간 찾아오는 기적이라 즐거운 일이기도 해.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늘려버리면 재미가 없지."216

사건과 범인, 그리고 무엇보다 그 동기라는 이야기속에  우리 눈에 어떤 작용에 의해서라도  이뻐서 눈에 잘 들어오면 되는 게 꽃 이라는 간단한 생각과 달리, 이쁘지 않아도 흔해도 자연의 힘에 의해 스스로 피어난 꽃이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하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리노와 만나게 된 소타는 그 노란꽃의 비밀을 찾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꽃이 희귀하기에 흥미를 품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만일 바이오 테크놀로지로 억지로 만들어진 꽃이라면  아무런 매력도 없는 별난 나팔꽃일뿐이라는 다하라씨의 말에  놀라게 된다. 늘 꽃과 더불어 살았기에 희귀한 꽃을 더 찾을듯도 하지만 찾아오기에 기적이고 즐거움이라는 말이 우리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이 아닐까 싶게 된다. 

 

리노의 특별함을 누구나처럼 역시 나오토도 부러워했지만  막상 리노는 나오토의 다재 다능을, 소타의 합리적이고 침착한 성격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수영 능력에  고민하고 있었던 것처럼  때로 우리는  내 재능이나 특별한 다름보다는 나에게는 없는 다른 이의 다름에 눈 돌릴때가 많다.  그래서   고민을 어떤 다른 대체 수단으로 급하게  만들어서라도  한순간이나마  특별해진듯한 순간을 원하게 되는데, 그렇기에  백설공주 새엄마 역시  재미있는 거울을 가지고 즐길수 있었을텐데 굳이 백설공주를 잡으려다가 결국 자신의 거울과 함께 파멸을 선택하게 되었을 것이고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10년에  걸쳐 고민속에 만들었다는  이 이야기는   가문과 가문을 거쳐   자기가 멸하게 되는 줄 알면서도  몽환의 꽃을 쫓는  이들을  막으려는 자들 사이에 있는 사건이라기보다는 남을 부러워하기 쉬운 인간들의 욕망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말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더 잘하고 싶은 고민이 없어서야 물론 좋아하는 일이 아닐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보이지도  않고 피지도 않을 꽃이란 생각에 몸부림치며 남의 희귀한 꽃을 가지고 싶어 몸부림치는게  보통의 우리들이지만  어느 날 자신의 일에서 뭔가가 싹트고 있다는 게 보일때는 급하게  만들어내거나 남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온 것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렇게 피운 꽃이라면  흔한 색이더라도 나만의 꽃이기에 그제서야 더  특별한 향기가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했던 건 아닌지, 사건의 날카로움보다는 어느새 사람을 말하는 히가시노의 이번 이야기에서도 역시 흠뻑 사람을 느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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