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이야기는 조금 특이한 구성으로 시작합니다.  첫 장은 맺음말이라며  '더 읽지 마라!'는 경고문과 함께  그 다음 이야기는 마지막 장이란 이름으로, 그  뒤로 갈수록  83, 82,81에서 1까지  역순으로 가며 다 읽고나서야 첫 장이 마지막장이고 지독한 슬픔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 첫장이 시작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죽은  엄마에게  아이를 구할 시간을 정해 놓은 타이머를 놓고 그 집 아이는 데리고 사라진다는  연쇄 살인마, 즉 눈알 수집가를 잡아야만 하는 기구한 운명을 지니게 된 알렉산더 초르바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운디네 신드롬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유괴한 앙겔리크를 협상 책임가로 나서서 달래던 알렉산더는 순간의 판단으로 인명 사고를 내게 되고 경찰일을 그만둔 뒤에도 끝없는 악몽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가 마지막에 내린 결정이 옳은 것인지 혹은 잘못된 것인지 알아낼 길이 없어서입니다. 끝없이 돌아오는 기억에 피 냄새를 가장 좋아하는 신문사, 거기에서도 가장 잔인한 폭력 사건들에 대해 쓰는 저널리스트가 되어 이름을 날리면서도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경찰과 같이 쫓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게 됩니다. 아들 율리안과 같이 병원에 갔다가도 눈알수집가의 네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는 경찰의 무전을 듣자마자 그 뒤를 뒤쫓기 바쁩니다.


그런 그에게  눈알수집가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낼수도 있는, 만난 순간 그가 가진 기억을 읽은,  맹인 물리사를 알렉산더에게 보내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눈알수집가를 쫓는 알렉산더에게 그가 한 일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는  알리나가 있으니  유리한 듯 보이지만 사건을 그렇게 쉽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범인을 쫓는 알렉산더, 자신이 만지면 보이는 누군가의  끔찍한 기억에 두려워하는  알리나. 납치된 아이 토비아스,심지어는 눈알 수집가 본인의 이야기까지 각자의 지금 상황과 왜 이런 일들이 생긴 건지에 대한 변명아닌 변명까지 모두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습니다.  읽어갈수록 자신이 그 때는 미처 몰랐다며 괴로워하는 알렉산더의 고백과  자신은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시험하는 시험관일뿐이라는 눈알 수집가의 태연한 이야기가 당연히 우리를 알렉산더의 편이 되게 합니다. 


물론 우리는 늘 정의의 편이긴 하지만 자신의 실험을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는 눈알 수집가가 우리의 예상속에 들어가 있던 인물이 아니였기에 허탈한 심정으로  분노하게 됩니다. 늘 그렇듯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잘 생각해보고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음에도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으니까요. 과거를 본다는 알리나가 떠올린 기억속 상황, 그리고 알렉산더에게 계속 일어난 이상스러운 일들이 단서였음에도 생각과 다른 모양새를 지닌 이야기였음이 비로소 드러나면서 이 이야기는 스릴러에 비극을 더하게 됩니다. 


우연인가,아니면 운명인가? 

로 자신이 수많은 경고를 했음에도 알렉산더가  사건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고 그들이 남긴 단서에 자신이 맞춰준 거라는 그의 이야기는 끝까지 읽어가던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주어진 단서가 정확한 것이였는지, 아니면 눈알 수집가의 말처럼 그렇게 상상한대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말입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는 많이 던져진 단서, 그리고 그렇게  잡을 수 있을것 같기도 역시 그럴수 없을 것 같기도 하게 애태우는데 재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쭉 잘 따라가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갑자기 툭 던진 말에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어디선가 틀었어야 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도 말입니다.  다음 편 '눈알 사냥꾼' 역시   많은 단서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눈 가리는 일 없이 모습을 감추며 주위를 맴돌 범인을 잘 알아보길  기대해보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