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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잔혹사 - 도난과 추적, 회수, 그리고 끝내 사라진 그림들
샌디 네언 지음, 최규은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나 추리소설을 보다보면 누군가의 그림이나 조각을 다른 것으로 바꿔놓거나 혹은 다른 장소에 숨겨놓은 걸 찾아내는 탐정들의 활약을 보게 됩니다. 그 때는 어차피 남의 일이려니, 임파서블한 미션을 하기 위해 미술관이나 그 미술품을 소유한 이의 집으로 들어서는 도둑님에게 "부디 성공을!!"이란 기도를 같이 해주곤 했는데, 실제 상황에서도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그 미술품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중이라는 말에 괜히 뜨끔해지게 됩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 일하기도 하는 저자는 주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작품이 독일에서 전시준비를 하던 중에 사라진 이야기를 꺼내는데요. 시가 200만 파운드(약 400억원)라는 "그늘과 어둠 : 대홍수날 저녁"과 "빛과 색채 : 대홍수 후의 아침, 창세기를 쓰고 있는 모세"라는 이름의 이 두 작품을 찾기 위한 경찰과 미술관, 그리고 돈을 바라는 이들의 제보라는 이름의 전화로 언제, 어떻게, 그리고 괜찮은 상태로 작품이 돌어올건지의 줄다리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예상보다 많은 제보가 있었음데도 거의 10년이란 세월이 지나서 찾게 되었는데, 어떤 작품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것들도 꽤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듯이 깜깜한 밤 한 줄기 라이트 불빛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작품을 가져가는 도둑도 있지만 아예 대놓고 총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고 가져가거나 아니면 경보가 울리던 말던 유리창을 깨고 사다리로 올라가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하니, 낮에 많은 이들에게 개방하다보면 아무래도 나만 아는 장소에 숨겨놓은 그 무엇이나 암호로 둘러싸인 은행 금고를 턴다던지 하는 것보다 훔칠 계획을 세우기가 쉬운 건 사실인가 봅니다.
아직까지 누가, 왜 가져갔는지 드러나지 않은 작품들도 많지만 돌아온 작품들은 또 자신들의 몸값을 불려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터너의 작품같은 경우도 1994년 도난당시 2400만 파운드였는데 2002년 회수 무렵에는 최소 3600만 파운드였다는 사실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되면서 그 그림이 있던 빈 자리가 더 빛을 발하게 되고 그 눈길이 쏟아지는만큼 금액도 올라간다는 거죠. 복사본이 도는 유명 그림을 볼 때면 이렇게 보면 되지, 꼭 먼 곳에 있는 소장가의 집이나 미술관까지 가야하나 싶었는데 복사본이 많아질수록 원본의 그림값도 올라가는 거라 하니, 그림보는 눈이 없는 나라서 오히려 다행이구나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림보는 눈이 있었더라면 집에 꼭 모셔두고 보고 싶은게 생길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살 수 있는 그 엄청난 돈이 없는고로 마음이 아파 앓아누웠을지도 모르고 혹여 집에 모셔두게 되는 행운이 있더라도 우리 집을 기웃거리는 뤼팡같은 도둑들의 시선에 창문 한번 열고 살지 못했을테니까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돈만을 노리고 도둑질을 해가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브라이트비저라는 이는 6년동안 232점을 훔쳤는데 그의 동기는 탐욕이라고 합니다. 환한 대낮에 관람 시간을 이용해, 침입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은 그 작품들의 노예일뿐이라는 변명을 했다는데요. 그의 변호사 역시 그를 가장 순수한 열정을 지닌 이라는 변호를 했다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보면 각 나라마다 전쟁이나 식민지라는 세월로 인해 잃어버린 후 지금도 딴 나라 박물관에 가 있는 여러 유물들이나 작품들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 당시는 가져갈 이유도 힘도 있고, 또 그 작품을 생각하는 순수한 열정도 있었겠지만 지금쯤은 박물관에서도 범인들에 대한 신경만 쓸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야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미술작품 중 시가 10만 달러 이상의 작품이나 제작한지 100년 이상 됐으며 5000달러 이상 나가는 작품의 절도는 연방법상으로 조사를 받게 만들어 놨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앞으로도 "가격을 매길수 없을 만한 작품"이란 작품은 어마어마한 가격 혹은 진짜 그 작품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 의해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운명을 지니고 있는데요. 아직 못 찾은 작품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물론 크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거라는 게 진짜 '미술품 잔혹사' 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