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라는 궁금증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다. 매일 보는 데도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선가 한 번 만났을뿐인데 절대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사랑은 시작하는게 아니라 시작되는거라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카페에서 일하는 걸 사랑하던 클라크는 하루 아침에 해고를 통고받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워지고 있는 집안 살림에 그녀까지 짐을 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저런 직장을 고를 상황이 아니던 그녀는 6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한 사지마비 환자 간병인을 맡게 되고 까칠한 환자 윌을 만나게 된다.  윌이 불편하면서도  형편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는 클라크는 6개월만 참기로 하면서 윌과 티격태격하게 되고 알게 모르게 정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간병이란 일이 그리고 윌이란 사람이 막연히 두렵기만 하던 그녀는 윌과  일상을 같이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평범하다는 사람들의 힐끗거리는 시선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얼마나 참기 힘든건지, 그리고 우리가 일상으로 다니는 공간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이들에게 얼마나 불편한지를 알게 되면서 분노하게 되고,   사고전에 보통 사람들보다 활발하게 살았던 윌이 수시때때로 찾아오는 고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파하게 된다. 아마 클라크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건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왜 자신에게 6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는지를 알게 된 클라크는 윌의 계획을 막기위해 모든 일을 하기로 한다.

 

"클라크, 좀 삶을 살아봐요. 대체 발목 잡는 게 뭐가 있다고 이래요?"

클라크가 세상속으로 윌을 데리고 나갔다고 즐거워한 계획은 사실 그녀가 다른 세상의 즐거움을 느껴보길 원한 윌의 그녀만을 위한 선물이였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게되지만 그럼에도 윌의 계획은 바뀌지 않게 되고 클라크는 슬퍼하게 된다.

 

죽음이 다가오는 윌을 사랑하기때문에  예정된 아픔과 이별이란 슬픔외에도  이 이야기에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막연히 생각하던 죽음이 곧이라는 느낌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오고 있다면 당신은 그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선택말이다.  매일이 고통이지만 언젠가는 그렇지 않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며 그 날 그 날의 고통을 참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남은 날이라면 의미가 없기에  스스로 줄이겠다는 환자 본인의 의지를 따라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윌은 자신의 삶이기에 선택했다는 말로 부모님, 그리고 클라크의 선택까지 몰아가지만 막상 실행은 어떤 쪽이 되었든 그들의 도움이 필요한지라   그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지,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으로 복잡해지게 된다.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윌의 애정어린 편지는,  클라크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선물이 되어 준다.  당신이 한 선택으로 삶의 방향은 조금씩 달라지고   알지 못하는 미래에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게 되지만, 그것이 인생의 재미고 진짜 사는 거라는 걸  알려준  윌은   진짜 사랑이 뭔지도  알려준다.

 

사랑이 다가오는 횟수만큼 이별도 하게 된다. 하지만 흔해지고 빨라졌다는 말을 듣는  요즘  우리의 사랑은 사랑보다 이별의 횟수가 많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헤어지자고 하기전에 내가 먼저 이별을 말한다는 우리이기에 진짜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느끼기 전부터 어쩌면 이별을 당하기 싫다는  이유로  이별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윌과 클라크는 끝을 보고 시작했어도 끝나지 않은 사랑으로  '사랑'은 시작되지만 사랑의 끝은 이별이 아니라  사랑하던 그대가  잘 살았음 하고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사랑, 그 찬란하지만 아픈 이름을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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