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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왕 위의 여자 - 왕권을 뒤흔든 조선 최고의 여성 권력자 4인을 말하다
김수지 지음, 권태균 사진 / 인문서원 / 2014년 5월
평점 :
왕이 될 이의 여인에서 아들이 왕이 된 여인이라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의 힘을 지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된다. 왕이 있던 시대가 남자가 더 귀하게 여겨지던 때이긴 하나 아들이 절대권력을 쥔, 그것도 조선의 왕이니 말이다. 연산군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효를 강조하던 시대에 살았더니만큼 어느 정도 이상의 권력과 위상으로 그 시대를 아우르며 "고생 끝 행복 시작"이지 않을까 했는데 "대비, 왕 위의 여자"에 등장한 대비들은 그 때부터 ' 시작 된 그 권력' 을 지키기 위한 밤낮을 가리지 않는 혈투를 벌였다는 걸 알게 된다.
왕비였을때는 금지되었던 정치가 시작되면서 정희왕후 윤씨, 인수대비 한씨, 정순왕후 김씨, 순원왕후 김씨 등 이 책에 등장한 네 여인들은 친아들, 법적인 아들들의 목숨을 자신들의 권력과 바꿨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친정쪽 세를 불리거나 국정 운영에 자신들의 입김을 확실히 불어넣었다는 이야기가 한 편의 드라마보다도 더 재미있게 짧막한 실록의 구절이나 편지글, 누군가의 책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토대로 그 당시 상황을 그려가고 있다.
막내 아들 예종의 사망 당일 정권을 잡았다는 정희왕후 윤씨, 세조의 맏아들이였던 의경세자의 아내였기에 20살 혼자 되었던 때부터 불안 불안한 12년이라는 '때를 기다려야 했던 여인' 인수대비 한씨, 이 한씨의 때를 기다리며 갈았던 노련함이 아들 성종의 수렴청정을 하던 시어머니 정희왕후 윤씨를 권좌에서 내리는 데도 쓰였다니 궁중 뒤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어찌 눈으로 꼭 봐야 알수 있었으랴 싶다. 66세 지아비 영조에게 15세의 나이에 시집 와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와 힘겨루기를 했다는 정순왕후 김씨 역시 이복동생 은언군 이인을 보호하고자 궐 밖을 나갔다 오겠다는 정조와 돌아오지 않으면 자신이 사가의 집으로 물러가겠다는 강경 대응을 했다는 일화를 가지고 있고, 헌종에 대한 비난을 편지글에 남겨놓은 순원왕후 김씨의 강경함 역시나 지금까지도 정조나 헌종의 너무 갑작스런 죽음으로 그들 사이에 있었서는 안 되는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혹을 남겨놓고 있기에 수렴청정이란 막강한 힘으로 벌인 여러 일들로 "그리는 아니되옵니다." 만을 외치던 연약한 여인들만은 아니였다는 걸 보여주지만 입을 타고 흐르는 백성들의 존경을 받지는 못했으리라 싶다.
실록 한 줄에서 시작되었다는 다른 많은 이야기들처럼 이 이야기들 역시 흥미롭게 그리고 진짜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하면서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권력을 향한 가진 자와 가지려는 자 사이에는 왕과 신하라는 멀고도 가까운 사이뿐 아니라 어찌되었든 가족으로 묶인 왕과 대비 역시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 중에 "그래도 이 여인만은..."이라는 이야기가 들어있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차라리 그 힘으로 왕의 자리를 더 굳건히 하는데 쓰였더라면 다음 역사로 넘어가면서 많이 달라지지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가진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