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친구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발신인 이름이 적혀있지 않는 채 나에게 보내진 편지봉투를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싶다.  나를 좋아한다는 누군가의 비밀스런 고백일지도란 가벼운, 그리고  고마운 마음도 들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내가 이제껏 누군가의 마음에 불을 지를 나쁜 일을 뭐 뭐 했더라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 휙 지나가지 않을까 싶다.

 

까미유는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뒤에 밀려드는 조문 편지안에서 "안니는 늘 내 삶의 일부였소."라는 낯선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모르는 이들의 세월 지난 이야기에 까미유는  동명이인에게   잘못 배달된 편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매주 화요일이면 도착하는 편지를 어느새 기다리게 된다. 안니라는 여자를 평생 가슴에 묻고있는 남자 루이, 그리고 그들에게 갑자기 나타나 정해져있던 운명의 방향을 틀어버린 M부인의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이어져가며 아기 '루이즈'에 이르자 까미유는 어쩌면 그들이 말하는 아기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편지는 이어지며 각자 입장에서 자신만이 바라봤다고 생각하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기 시작한다.  그냥 어린 소녀였던   안니, 폴을 사랑했던 엘리자베스, 그리고 엘리자베스만이 자신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폴, 처음부터 끝까지 안니만 바라봤던 루이 이렇게 착하기만 했던 넷의 비극은  자신만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 삶의 무게를 조금만 덜었으면 하는 M부인의 욕심으로  시작되지만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방향에서  밀려오는 타인과의 생각지 못한 관계로 꼬이게 되고 그들 모두는  고통받는 남은 날들을 보내게 된다.

 

사랑때문에 죽은 이는 못봤다지만 그들은 어땠을까 싶어진다. 차라리 그들중 누구 하나만이라도 처음부터  솔직히 이건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면  없었을지도 모르는 비극은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기 싫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사이에 전쟁이란 커다란 비극을 타고 개인들에게도 흐르기 시작한다.   자신이 사랑한 남편이나 아이, 결국 모두를 가졌음에도  자신이 가진 건 껍데기만이라는 생각으로 점점 남편을 편하게 볼수 없고  결국 그가 자신을 망치는 걸 봐야했던 M,  그래도 사랑하는 아이만은 지키리라는 다짐으로 매일  뒤를 돌아봤을 M.   만질 수는 없지만 창문 너머로 지켜볼 수는 있던 여인과   눈 앞에 두고 만지면서도 언제 떠날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여인 중 누가 더 불행했을까, 한 여인은  내일은 보고 만질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잠이 들었겠지만  또 한 여인은  뺏길 날이 내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들 수 없었을테니 말이다. 

 

수십년 세월 모두를 슬프게 했던 건  어처구니없게도 일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만들어진 사랑을 위해서란 거짓말때문이였다. 그녀를 행복하게 했던 사랑과 거기에 우정까지, 그 모두를 잃어가면서까지 악착스러우리만큼 지켜내려 했던 걸  지킬 수 없었다는 건 결국  거짓으로  순간은 덮을 수 있었지만  점점 커져가는 진실의 무게를 감당할수는 없었다는 것일거다.

 

내 거짓말에 이렇게 발목을 잡히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거짓말의 속성은 발각되고 드러나는 것이지, 탄탄하고 의심의 여지없는 결정적 진실이 되는 것에 있지 않다는 걸 잊었어요.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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