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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ㅣ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짧은 글, 그리고 텅 빈 공간의 작은 그림만으로 읽어가는 이에게 각자의 마음에 뭔가를 들어오게 합니다.
잊었던 옛 친구이기도 하고 내 스스로에게 인정받지 못하던 어느 부분이기도 하고,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지나간 시간같기도 합니다.제목처럼 얼굴이
수시로 빨개지는 아이, 마르슬랭은 고민입니다. 다들 얼굴이 빨개질때는 괜찮다가 다들 괜찮을때 혼자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입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말입니다. 여러 방법을 써보지만 고칠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아이는 점점 혼자 있게 됩니다.
그러다 수시로 기침하는 아이 르네가 이사를 오면서 둘은 친구가 됩니다. 그들은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특히나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기침을 수시로 하는 아이와 다 드러나게 얼굴이 빨개진 아이가 숨바꼭질하며 서로의 모습을 내민채로 찾지 못할거라 생각하는 그림에 '빵'
터지는 건 그런 어린 날이 다들 있었기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흔히들 머리만 숨겼다고 다 숨었다고 생각한 그런 시간이 있었을테니까요. 기침하면서
얼굴 빨개진채로 뭔가를 같이 해도 혹은 아무 말 없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그들은 "그러나"하는 일이 생기게 되고 "그리고"
하는 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얼마전 친구를 만났을때도 느꼈던 생각이 그 수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난 우리는 아직도 예전에 하던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들 눈에는 멀쩡하고(?) 어쩌면 무섭다거나 냉정하게만 보이는(?) 우리가 서로가 되면 아무데서나 웃고 뛰면서 아무 얘기나, 심지어는
남들 앞에서는 주저하게 될 이야기도 거리낌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죠. 지금이 가져갈 수 없는, 그 당시의 순수한 모습을 기억하는 우리의
같이 해온 시간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그래도"라고 만들어주는 건 아닐가 하는 생각에 벌써 끝난 책을 웃으며 다시 넘겨보게
됩니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110
우리의 삶은 짧은 '그러나', '그리고', '그럼으로' 라는 등등의 말로 시작되는 일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는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지만 '하지 못할 이유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하는 일들이 많다면 그 다음 이야기는 더 많은 해피엔딩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아이에게 , 그리고 내 친구에게도 꼭 보여주고픈 이야기는 '그래도', '그러나' 하는 시간을 누군가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친구여도 좋고 아이들도 좋고 주변에 있는 그 누군가와도 좋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