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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프랭클린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괴물이라 불리는 래리앞에 괴물이 나타났을 때, 래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했던 아버지가 남긴 땅과 정비소를 혼자 지키며 이젠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면회하는 일밖에는 할 일이 없던 래리는 사반세기전 사건의 용의자라는 이름표를 떼지 못한채로 낡은 붙박이 인생을 보내고 있던 중이였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어른이 되고 그 어른들이 낳은 아이들이 다시 자라 "괴물 래리"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이름을 불러대는 곳에서 말이다.

 

이제는 사건을 당한 래리에게 사람들은  또다른 실종 사건에 그가 책임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진실인양 떠들어대기 시작하고, 이제는  그의 사고가 그 스스로에게 벌을 준 것이라고 믿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래리는 어쩌면 자신이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진짜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눈길을 피하며  주변을 맴돌던 사이러스에게서 차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사건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래리와    사이러스에게 다가온 사건은  백인과 흑인, 친구가 되서는 안되는 지난 시간속에   아픔이  있었던 십대였던 그들, 그리고 그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흑과 백을 가르던 시절이라 그런지  남자다움을 강조했지만 사실은 비겁했던   아버지의  추태나 자식에게 보이던  실망스러움으로 자꾸 움츠러 들수 밖에 없어서였을까,  래리는 학교나 집 어디에서도 기를 펴지 못했고  사이러스와  우연히 친해지게 되지만 어른들의 개입에 의해  그들의 어렸던 우정은 깨어지고  신디 사건으로  각자의 길을 걷게되면서 너무도 다른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또 다른 사건의 범인이 과연 누구일까를  쫓아가게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건을 따라가다 친구를 소중히 했기에 혼자 남게 된  래리의 슬픔을 보게된다.  딱 하나였던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느라  자신이 보고 있는 사람들을 누구나 믿고 싶었던 래리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얼마나 의미가 되고 싶은지 깨닫게 되면서  외롭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된다. 외로움은 금식처럼 익숙한 듯 보이다가도  다시 음식이 들어가면 통제가 안 되듯이 사람이, 그리고 친구가 너무 그리웠다는 걸 말하는 래리는 결국 그의 외로움이 사건을 불렀다는 걸, 그리고 자신은 이십 오년이라는 시간동안  친구가 돌아오기를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는 걸 알게된다.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게만 보이던 래리가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사이러스를 무시했다는 사실이 반가운건,  그들 사이에 오랜 비밀을 녹일 우정이 시작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톰 플랭클린은 래리와 사이러스라는 두 남자의 시선으로   선과 악, 앞면에서는 착하게 보이지만 뒷면에서는 충분히 잔인해질수 있는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 뒷면이 늘 같았던  래리의 모습이  잔잔하지만 따끔하게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  오래전 친구들과의 일도 생각나게 한다. 그 때 난, 누군가에게 터무니없이 잔인하지는 않았는지.. 지금은 또 어떤 나만의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깨어진 래리의 인생이, 그리고 묵묵한 기다림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지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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