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없는 사람이 있을까

숲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너무 말하고 싶어 숲속에 구멍을 파놓고 그 곳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이발사가 소리쳤다는 이야기처럼    너도 나도 '이건 비밀인데...'라며 남의 이야기를 털어들 놓는게 비밀이란 이름이 주는 답답함과 달콤함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에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면 자신의 이야기보다 더 입을 꾹 다물게 되는 게 우리들이란 이야기가 "숲"에서 펼쳐진다.  

틈만 나면 숲으로 들어가 땅을 파던 아버지의 기억을 아프게 가지고 있는 폴 코플랜드는 카운티 검사로서 맡게된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문득 문득 밀려오는 20년전 숲속에서 있었던 아직도 해결되지않은 사건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있는 중이다.  여동생과 동네 아이들의 죽음,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시신,그리고 그 사건으로 헤어진 가족이란 아픔을 가진 그는  때로는 비극적 죽음이란 트라우마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보게도 되지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사건을 맡을때마다  보다  정의로운 검사란 역할을 기꺼이 맡게된다.

그런 그가 흑인 여성의 강간사건을 맡게되면서  아무도 진실을 모르기에  묻혔다고  여긴 20년전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게 되고 먼지 묻어있던 진실이 새로운 증거들과 엮이게 된다.  자신의 사건에서 손떼기 바라는 사람들이 폴의 정의로움을  막기 위해, 그의 상처를 헤집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상처로 자신들의 사건을 덮으려는 사람들과 이미 끝난 사건이라 여기고 놔두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지키고픈 것을 위해 나서면서  드디어 각자  기억의 방속에만 꼭꼭 묻었던 사건의 조각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제껏  봤다고, 그리고 알고 있다 믿은 것이 다가 아니였음을 알게된 그들은 어쩌면 묻었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 사건뿐 아니라 사랑하던 이들이 지닌 비밀까지 보게되면서 새로운 아픔을 만들게 된다.  

'비밀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살아가면서 남들이 알아선 안되는 비밀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남들이 아무리  "그게 무슨 비밀이야?" 라고 비웃을만한 일이라해도  자신이 이미 비밀이라 정의해놓았다면 남들에게 절대 들키고 싶지않다는 이유만으로  이십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지나갈수 있음을 보여주는 '숲' 은 "그래서 그 곳에서의 네 비밀은 뭐니?"라는 질문을 가지고 찾아가는 20년전 인물들이 지금까지도  뭔가를 감추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등장한 이들이라면 그 누구나 범인이 될수 있다는 의심을 주게된다.   지금의 사건에서 오는 압박을 꿋꿋이 견디며  이십년전의 사건을 찾아가는  매력적인 폴까지 말이다.  의심을 떨칠수 없는 인물들 사이로 폴보다 더 매력과 비밀을 가진 수석 수사관 뮤즈, 첫눈에 사랑을 부른다는 라야 싱, 싱글이라는  인물들에  20년전의 사건과 겹쳐 풀어야 하는 지금의 사건과 사랑, 그리고 모든 사건이 끝났다 믿었던 순간에도 드러나는  비밀은  역시 '할런 코벤'이구나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