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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실업자'를 중반까지 읽어가는 내내 너무 현실이라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알랭의 생각지 못한 실직은 당장 직면한, 생활비로 이루어지는 집안 수리나 일상의 비용이 힘들어진다는 한숨뿐 아니라 모르는 척 기쁜 마음으로 건넬수 있어 즐거움을 주곤 했던 자식들에게 들어가던 돈이 끝이라는 슬픔에 자식들의 기념일 선물이 생필품으로 되는 걸 봐야하는 부담까지 주게된다. 알랭의 눈길 닿는곳마다의 심정이 너무 절절한지라 직장을 다닌다면 늘 머리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노년의 실직에 대한 두려움을 배가시키게 된다.
이 이야기가 진짜 '알렉스'나 '웨딩드레스'로 정신을 쏙 배놓던 피에르 르메트르이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을 잃고 점점 옹졸해져가는 알랭의 시선에 우리도 동화되어가게 된다. 일이 있어서인지 늘 당당하고 정의로워 보이는 아내나 직급이 높다고 어이없는 짓을 당연하게 하고 또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회사안에서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그를 점점 몰아가게되고, 알랭 역시 자신이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런 그에게 '가상 인질극'이라는 이상한 일자리가 들어오게된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때는 웃어버리고 잊어야하는 그 터무니없는 일자리를 얻기위해 점점 터무니없어지는 알랭은 드디어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그 전,그 때, 그 후로 나누어진 이야기는 절박하다 못해 숨이 막힐것같은 분위기에서 아슬아슬 하게 벌어지는 사건, 그리고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사건의 수습이라는 단계로 나뉘어지며 늘 당하기만 하던 알랭의 목숨을 건 사투로 분위기 전환을 꾀하게 된다.
너무 현실이라 무겁던 이야기에서 갑자기 절박한 투사의 용맹한 도전이 되게하는 알랭의 무모한 계획은 '성공'하고 그의 남은 인생도 그리되는 걸까 궁금하게 된다. 잘하면 두 손 가득 그가 혹은 우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하던 돈을 들수도, 그리고 무엇보다 계란으로 친 바위가 조금이나마 깨졌다는 통쾌함을 주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잘못될 경우에는 그가 평생을 두고 지켜왔던 '니콜'과 두 딸과의 끔찍한 헤어짐이 남기때문이다.
이전에 읽었던 스릴러로서의 긴박함은 없었지만, 그리고 알랭의 이야기가 너무 씁쓸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피에르 르메트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누구나 있게 될 노년의 실직이라는 보고 싶지 않은 씁쓸한 현실에 사랑이 남은 가족이나 조직에 늘 충성만 할것같은 쿠쟁의 배신이라는 한 숨 터주는 진실과 스릴을 섞었기때문이다.
"나무꾼이 도끼를 어깨에 걸머지고 숲에 들어가면 나무들은 말하지 '저 도낏자루는 우리 편이야.'라고."- p.76